호주 법원, 뱅가드에 그린워싱 유죄… “투자 심사 제대로 안 했다”

2024-04-01     이재영 editor

28일(현지시각) 호주 연방법원이 그린워싱 소송에서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유죄를 선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이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가 제기한 그린워싱 소송 중 첫 번째 법정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뱅가드 윤리적이고 의식있는 글로벌 집합 채권 인덱스 펀드(Vanguard Ethically Conscious Global Aggregate Bond Index Fund)’의 운용 규모는 약 10억호주달러(약 8764억원)에 달한다.

호주 연방법원이 뱅가드의 그린워싱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 뱅가드 웹사이트 

 

뱅가드, ESG 펀드로 화석연료에 투자… 법원도 유죄 판결

ASIC는 성명을 통해 “오브라이언(Michael Hugh O'Bryan) 대법관이 뱅가드의 행위 및 발언이 대중을 오도할 수 있고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ASIC은 뱅가드 호주 현지법인을 그린워싱 혐의로 고발했다. 뱅가드의 ESG 채권 펀드가 화석연료, 알코올, 담배 등과 관련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안내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석유 및 가스탐사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호주 경제지 파이낸셜리뷰(Financial Review)는 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석유 메이저 셰브론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미국 내 송유관 프로젝트, 칠레의 석유업체 자금 지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오브라이언 대법관은 뱅가드가 상품 설명서, 웹사이트, 언론 보도자료, 인터뷰 등에서 해당 펀드 투자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주었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린워싱 퇴출을 주도하고 있는 ASIC 부의장 사라 코트(Sarah Court)는 “이번 판결은 ASIC의 첫 번째 그린워싱 소송에 대한 법적 결과로서, 금융기업의 잘못된 마케팅과 그린워싱에 맞서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지속가능 투자를 주장하는 기업들은 실제 투자에도 그러한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심리는 8월 1일로 예정돼 있다. ASIC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업 머서(Mercer)에 뱅가드와 유사한 그린워싱 혐의로 지난 12월 1130만달러(약 1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머서는 이에 합의했다. 

 

뱅가드, 오해의 소지 준 것 인정하지만...

“기존 지수 추종한 것뿐, 오류 발견 후 선조치했다” 해명  

2018년 출시된 뱅가드의 ESG 채권 펀드는 블룸버그의 바클레이스 MSCI 글로벌 애그리게이트 SRI 배제 변동 조정 지수(Bloomberg Barclays MSCI Global Aggregate SRI Exclusions Float Adjusted Index)를 추종하는 펀드다. 이 지수는 화석연료, 석탄, 가스 관련 기업 등 심각한 ESG 논란이 있는 기업은 배제하고 있다. 뱅가드 또한 이 지수를 기준으로 ESG 기준에 미달하는 채권은 제외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SIC은 뱅가드가 펀드 내 채권 발행 기업들 중 상당수에 제대로 된 심사를 진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화석연료 사업에 노출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뱅가드는 법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채권 발행 기업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점을 자체적으로 발견, 2021년 초 ASIC에 먼저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펀드에 대한 공시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뱅가드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