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보험사 오카, 135억 투자유치 성공… 탄소시장 신뢰도 높인다

2024-04-02     이재영 editor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업계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3월 28일(현지시각) 탄소배출권 전문 보험사 오카(Oka)는 보도자료를 통해 펀딩 라운드에서 1000만달러(약 13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탄소배출권 보험사 오카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35억원을 조달했다. / 오카 웹사이트

 

탄소시장, 보험상품 출시해 신뢰도 높인다…

글로벌 보험시장 로이드도 지원 사격   

탄소배출권 보험이란 탄소 감축 및 상쇄 프로젝트의 무효화(invalidation), 탄소 재방출(reversal) 등의 위험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료는 탄소배출권 가격의 3~8%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보험사 오카는 2023년 2월 초기 핀테크 전문투자사 아퀼린 테크놀로지 그로스(Aquiline Technology Growth)를 중심으로 700만달러(약 94억원)의 시드 머니를 확보, 상업적 도약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오카는 2024년 1월, 탄소배출권 리스크 보장을 위한 보험 솔루션 신디케이트 1922(Syndicate 1922)를 출시, 영국 재보험 시장 로이드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신디케이트 1922의 판로 확보를 위해 나스닥 상장 재보험 회사인 그린라이드 캐피털 재보험(Greenlight Capital Re, Ltd)의 자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 첫 운영 3년간 자본 확약(capital commitment)을 보장받기도 했다.

자본 확약이란 투자자가 약정된 기간 동안 투자기업에 지정된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오카의 대표적인 보험 상품으로는 신디케이트 1922를 통해 제공되는 카본 프로텍트(Carbon Protect)가 있다. 카본 프로텍트는 탄소배출권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배출권 보유자들이 탄소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장되는 리스크에는 금융적 손실, 평판 하락, 규제 위반 등이 있다.   

또한 오카는 탄소상쇄 솔루션 기업 클로버리(Cloverly), 바이오차 생산 및 탄소중립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레곤 바이오차 솔루션(Oregon Biochar Solutions, 이하 OBS), 탄소중립 및 탄소상쇄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카 엔브로머먼트(GECA Environnement, 이하 GECA)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 성장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밟아가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을 두고 오카의 CEO 크리스 슬레이터(Chris Slater)는 “벤처 펀딩과 VCM 시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오카에 보여준 (투자자들의) 신뢰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뛰어난 투자자와 자본 파트너들이 투자해준 자본을 통해 모든 탄소배출권을 보장한다는 야심찬 비전 구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후 목표 위해 탄소상쇄는 필수적…

보험상품과 규제 도입으로 VCM 시장 활성화 나선다

오카가 이와 같은 성과를 낸 배경에는 VCM 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있다. 국제사회의 기후 목표가 강화되고 탈탄소 경제에 대한 대중 인식도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그중에는 직접적인 공급망 내 탄소감축도 있지만, 별도의 탄소상쇄 및 감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VCM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탄소배출권 프로젝트의 감축량 측정을 위한 정확한 지표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3년 9월 영국 가디언지가 세계 50대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과장되었거나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다. VCM 시장의 신뢰성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이 사건으로 2016년 이후 급속히 성장한 탄소배출권 발행량은 현격히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넷제로 선언, 글로벌 기후목표 달성 가속화 등으로 VCM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6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oluntary Carbon Market Integrity Initiative, 이하 VCMI)가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무결성 이행지침(Claims Code of Practice) 최종안을 공개하고, 7월 27일에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 이하 ICVCM)가 VCM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핵심 탄소 원칙 및 평가체계’를 발표하는 등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에서도 탄소배출권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 12월 26일 ㈜그릿씨의 베트남 친환경 벽돌 설비 프로젝트에 '탄소배출권투자보험(Carbon Credits Investment Insurance)'을 지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민간의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K-SURE의 탄소배출권투자보험은 2023년 5월 출시된 국제감축사업 지원 전용상품으로, 국내기업의 해외 친환경 사업 수행과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실적 회수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국 현지 정부의 향후 정책 변경, 의무불이행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요인들과 감축사업의 원활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약정된 비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분배하지 않을 위험 등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