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으로 청정수소 생산 추진… 고온가스원자로 안전성 테스트 통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겪은 일본이 차세대 원전을 이용한 청정수소 생산을 추진 중이다.
4일 일본 경제지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차세대 원자로의 안정성 테스트에 성공했다며 이르면 2028년부터 원자력으로 청정 수소 생산 기술의 현장 실증실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차세대 원전 개발 추진 중…
이르면 2028년 원자력 수소 생산 실증 돌입
지난 3월 28일 일본 원자력개발기구(JAEA)는 이바라키현에서 실험용 고온 엔지니어링 원자로(High Temperature Engineering Test Reactor, 이하 HTTR)의 안정성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TTR는 JAEA가 개발한 고온가스로다. 고온가스로는 기존의 경수로처럼 노심(爐心, nuclear reactor core, 핵연료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영역) 냉각에 물을 사용하지 않고, 금속 부식 등을 일으키지 않는 헬륨 가스를 사용한다. 수소 폭발이나 노심 용융(멜트다운) 등 중대한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경수로보다 훨씬 높은 700도가 넘는 열을 발생시키기에 차세대 에너지원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탈탄소 사회’ 실현을 명분 삼아 차세대 원전 개발 계획을 발표, 고온가스로, 혁신경수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소듐냉각고속로, 핵융합로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JAEA 관계자는 약 850도의 고온에서 100% 출력을 내는 HTTR를 제어봉 삽입 없이 자연적으로 냉각하는데 성공, 정지시킬 수 있었다며 “사고 발생 시에도 높은 수준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HTTR에서 발생한 열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닛케이 아시아는 JAEA가 이르면 올해 안에 원자력 규제 당국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수소 생산 장비를 고온가스로에 연결하기 위한 심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르면 2028년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현장 실증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23년 4월 일본의 연간 수소 공급량을 지난해 기준 200만 톤에서 2040년 1200만 톤까지 6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HTTR 한 기가 발생시킬 수 있는 열은 시간당 30메가와트다. JAEA는 HTTR를 여러 대 배치해 열 출력 규모를 250메가와트로 늘리면, 수소전기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20만 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2023년 2월 일본 내각은 녹색 전환 기본 정책을 승인했다. 향후 10년간 고온가스로 및 고속원자로 건설에 1조엔(약 8조887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금은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녹색 변화 경제 전환 채권으로부터 조달된다.
닛케이 아시아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높고, 아직 핵폐기물을 처분할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민간 기업이라면 원자력 수소 생산을 사업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IEA, 내년 원자력 발전량 사상 최고치 기록할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개발은 중단됐다. 그러나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이 채택된 후,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충과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원자력 연구개발을 재개했다.
기후 정책의 선도주자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2월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원으로 생산한 이르바 ‘핑크수소’도 저탄소 수소로 인정해 준 것이다.
미국 또한 원자력 발전을 ‘무배출 청정 에너지원’으로 분류, 2022년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개보수에만 60억달러(약 8조892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또한 각국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내년도 원자력 발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1월 '연례 전력 시장 보고서(Electricity 2024)'에서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량 증가와 일본의 일부 원전 재가동, 중국, 인도, 한국, 유럽 등의 신규 원자로 가동으로 원전 발전량이 2026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