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씨티·RBC,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 합의…뉴욕 연기금 주주활동 성과

2024-04-08     유인영 editor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를 요청하는 주주제안 자료 / 뉴욕시 감사원

JP모건 체이스, 씨티그룹, 캐나다 왕립은행(RBC·Royal Bank of Canada) 등 북미 주요 은행 3곳이 화석 연료 투자 대비 친환경에너지 투자 비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밝혔다고 로이터, ESG투데이 등이 4일(현지시각) 전했다. 

친환경에너지 투자 비율은 흔히 녹색 금융 비율(Green Financing Ratio), 에너지 공급 비율(Energy Supply Ratio), 에너지 공급 은행 비율(Energy Supply Banking Ratio) 등으로도 불린다. 이 비율이 1보다 작은 경우 은행은 청정에너지 기업보다 화석연료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친환경에너지 투자 비율을 공개하게 되면, 화석 연료의 단계적 폐지와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모두 촉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표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1보다 작을 경우,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 기업에 더 많은 자금 지원 의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연구에 따르면, 파리 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이 2030년까지 4에 도달해야 하는데, 2022년 북미지역의 은행들의 비율은 0.61에 그쳐 글로벌 평균이 0.73에도 못 미쳤다. 

넷제로 공약에도 불구하고 주요 은행들은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캐나다 5대 은행의 기후 정책을 평가한 영국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왕립은행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업 대출과 채권 및 주식 인수 중 거의 15%를 화석 연료 사업에 투자했다.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는 뉴욕시 연기금의 주주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1월 31일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과 뉴욕공무원연금(NYCERS)과 교직원퇴직연금(TRS), 교육위원회 퇴직제도(BERS)는 JP모건 체이스, 모건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캐나다 왕립은행에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보고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뉴욕시 연기금, 주주활동 통해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 이끌어

작년 말 기준으로 해당 은행들의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뉴욕시 연기금은 장기 투자자로서 은행의 전환 위험과 기회, 은행의 지속가능한 금융 서약 준수 비율,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를 요구했다. 뉴욕시 연기금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3월 JP모건이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를 결정했고, 씨티에 이어 RBC까지 이 행렬에 동참했다. 뉴욕시 연기금은 남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도 지속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주주총회 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총 안건에 올라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탈탄소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캐나다의 은행들이 파리 협정 이후 화석 연료 추출에 1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며 친환경에너지 투자비율 공개가 “은행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욕시 연기금은 작년에도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캐나다 왕립은행의 고배출 부문에 대한 절대 감축 목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