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인종차별에 이례적 반대 목소리…정작 고위경영진 다양성은 부족

2020-06-15     김효진 editor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 경영 다양성 측면에서 인종차별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pixabay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기업,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
인종차별 철폐 위한 기부 동참 美기업 증가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연일 일어나는 가운데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기업 경영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인종차별에 무관심하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지난 5월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관련,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과 더불어 인종차별 개선을 위한 지원 약속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그동안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따른 많은 사고와 희생이 있어왔지만, 이번만큼 미국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나이키는 자사의 슬로건인 ‘Just Do It’을 변형해 ‘이번만은 하지 마라(For Once, Don’t Do it)’라는 문구를 공식 SNS에 올리고 인종차별을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나이키 문구를 리트윗하며, ‘함께 하는 것이 변화를 만드는 길(Together is how we make change)’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테크기업(Technology Companies)도 인종차별 반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지금은 부당함에 대한 시선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포용과 다양성을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며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은 인종차별 개선에 앞장서는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Equal Justice Initiative)를 비롯한 시민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냅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페이스북은 인종차별 개선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에 1000만 달러(120억원)를 기부할 것이며,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 CEO는 개인적으로 더 많이 기부하겠다고 표명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인종차별 해결을 위해 향후 4년간 10억 달러(1조2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적어도 12개 기업이 지금까지 100만 달러(12억원)에서 1억 달러(1200억원) 사이의 기부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 가운데…정작 기업경영에 인종차별 여전히 존재
주요기업 고위 경영진에 흑인 비율 저조 

이처럼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와 더불어 개선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자사 경영에서 다양성을 적절히 보장하지 않아 비난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이터는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27개 기업의 다양성에 대한 공시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로이터는 대부분 기업 고위 경영진의 흑인 비율이 상당히 낮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의 경우, 지난 6월 3일 인종차별 반대를 지지하며 전미유색인종촉진동맹(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을 포함한 비영리단체에 500만 달러(6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자사의 15명의 고위 경영진 중 흑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로이터는 페이스북의 경우, 전체 직원 중 흑인 비율은 4%에 불과하며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3%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전체 인구 중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라는 것을 감안할 때, 페이스북의 흑인 비율이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테크기업이 소수인종 채용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강조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흑인 직원 비율이 페이스북 수준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인권단체 ‘컬러오브 체인지(Color of Change)’의 제이드 매그너스(Jade Magnus) 부국장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기업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기부를 시작했지만, 그들의 접근 방식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들이 고용 관행, 직원 다양성, 기업 문화를 인권 측면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로이터는 기업이 이례적으로 인종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 확대와 더불어 인종차별 개선에 대해 기업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