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가장 잘한 보험사는?
주주행동주의 비영리단체 셰어액션(ShareAction)이 세계 최대 보험사 65개사의 ESG 활동을 평가한 보고서 ‘재해 보험 2024(Insuring Disaster 2024)’을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크게 ▲지배구조 및 인게이지먼트 ▲기후 변화-투자 ▲기후 변화-보험 인수 ▲넷제로 목표 ▲생물 다양성-투자 ▲생물 다양성-보험 인수 ▲사회-투자 ▲사회-보험 인수 등 8개 부문, 총 30개 기준의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이뤄졌으며, 대부분의 보험사가 절반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평가점수에서 50% 이상을 달성한 기관은 단 두 곳뿐이며,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52%를 받은 프랑스 보험사 악사(AXA),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역시 프랑스 보험사인 CNP보험(51%)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손해보험사 악사, 생명보험사 CNP보험 각각 1위
화석 연료 부문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범위의 기후 문제에 대해 일정 기간 내 관여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손해보험사는 악사 한 곳뿐이었다. 악사는 “2026년까지 전 세계 상위 200대 고객에게 기후 영향, 전환 노력, 기후 관련 위험, 이산화탄소 배출원, 솔루션, 공시에 대한 관여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사는 기후 변화 완화, 기후 변화 적응, 순환 경제 전환,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에 우대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생물다양성 프로젝트에 우대 조건을 제공한 손해보험사는 악사와 처브(Chubb) 두 군데뿐이었다.
악사는 2023 기후 및 생물다양성 보고서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업 생물다양성 발자국(Corporate Biodiversity Footprint, CBF) 분석 툴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악사는 보고서에서 "CBF 분석이 아직 투자 결정이나 목표 설정에 적합하지 않지만, 생물다양성 손실과 관련된 데이터를 늘리고 평가 방법론을 개선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NP보험은 2021년부터 석유 및 가스 부문(탐사, 시추, 추출, 처리, 정제)에 대한 투자 배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NP보험은 2024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 75%에 대해 탄소 배출량 25% 감축을 목표로 했지만, 2022년 말 이미 49% 감축을 달성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저조한 평가 결과 받아
셰어액션은 보험업계가 은행과 자산운용사와 비교했을 때 훨씬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의 적절한 중간 목표 또는 강력한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는 보험사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셰어액션은 기후 동맹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공화당 측 공격으로 인해 많은 보험사가 넷제로보험연합(Net-Zero Insurance Alliance, NZIA)을 탈퇴하면서 이미 미약한 이행 약속도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셰어액션은 "많은 보험사의 정책이 여전히 석탄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인수 및 투자를 허용하고 있고, 제한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 조항으로 가득 차 있어 화석 연료 회사에 대한 투자와 보험 가입이 '뒷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물다양성 부문에서는 65개 보험사 중 19개 보험사가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 평가에서 0점을 받았다. 보험사 3분의 2가 화학무기 및 집속탄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보험 인수를 배제하지 않았다. 대량살상무기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는 가장 기본적인 네거티브 스크리닝으로 꼽힌다. 또한 대다수의 보험사가 인권, 근로자 건강, 원주민 권리를 이유로 보험 인수나 투자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하는 보험사도 거의 없었다. 저탄소 전환 활동에 적극적으로 보험을 제공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보험사는 절반이 되지 않았고, 기후 전환 계획을 발표한 보험사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셰어액션의의 금융 부문 연구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그레이는 "보험 업계는 책임있는 투자와 보험 인수 활동을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와 사업적 기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