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를 둘러싼 논란…이사회는 스코프3 탄소 상쇄권 사용 결정, 직원들은 반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이사회는 6개월간의 협의 노력 끝에 스코프 3의 목적에 따라 탄소 상쇄권 사용을 확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탄소 시장을 포함한 ‘환경 속성 인증서(EAC, Environmental attribute certificates)’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SBTi 이사회는 "SBTi는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정책, 표준 및 절차에 의해 적절하게 뒷받침될 때 스코프 3 배출 감소 목적으로 환경 속성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목표 설정에서 환경 속성 인증서 사용을 포함하여 스코프 3 프레임워크의 개정에 대해 협의하고 기타 관련 이니셔티브 및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계약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코프 3 배출 감소 목적을 위한 환경 속성 인증서의 잠재적 사용을 위한 기본 규칙, 임계값 및 가이드의 첫 번째 초안은 7월에 발행될 예정이다.
"스코프3 배출 감축 유연성 필요해"... 기업 입장 반영
이 제안은 비즈니스 그룹과 탄소 상쇄(offset) 제공그룹의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탄소 상쇄에 대한 수요가 감소될 경우, 자연 및 기술 기반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흐름을 촉진하려는 노력이 약화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기업들은 SBTi가 제공하는 목표가 너무 강력해서 지키기 어렵다고 말해왔다.
다수의 주요 기업을 대표하는 위민비즈니스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의 CEO인 마리아 맨디루스(María Mendiluce)는 "이 문제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는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SBTi를 중요하게 여기고 배출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스코프 3 배출을 탐색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더 큰 명확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업은 가치 사슬에서 배출을 줄이기 위한 더 많은 혁신과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발적 탄소 시장 이니셔티브(VCMI)도 성명을 통해 “탄소 배출권과 기타 시장 기반 도구가 기업의 스코프 3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SBTi가 인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SBTi 직원들,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고 CEO 사임 요구
한편 SBTi의 직원들은 이사회의 성명을 비판하는 서한을 작성했다. 이들은 이사회가 수정된 입장을 공개하면서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SBTi는 현재 기업이 탄소상쇄권을 포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SBTi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 충족 여부와 진행 상황 등을 보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탄소 상쇄가 포함될 경우 그 영향은 추적하거나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 속성 인증서 등의 내용은 표준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맡은 독립 기관인 SBTi 기술 위원회와 상의하지 않고 발표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에 따르면 “SBTi가 스코프 3 배출 감소를 위해 탄소 배출권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지만, 이 발표는 대부분의 SBTi 직원들에게 놀라운 소식이었다”라고 전했다.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대서양 대학교(the College of the Atlantic)의 지구 환경 정치학 교수인 도린 스타빈스키(Doreen Stabinksy)는 SBTi 가 웹사이트에 이 조치를 게시한 것에 대해 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것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로이터 통신, 그린비즈 등이 확인한 서한의 내용에 따르면 직원들은 스코프 3 배출량에 대해 탄소 배출권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SBTi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들의 결정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SBTi를 대표하는 직원으로서 이사회의 조치로 인한 심각한 평판 손상을 완화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새로운 정책의 철회와 함께 이 정책을 지지한 SBTi CEO 루이스 아마랄(Luiz Amaral)과 이사회 구성원의 사임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대상 검증 팀, 대상 운영 팀, 기술 부서, 홍보, IT 부서 및 여러 부서장의 직원이 서명한 이 그룹은 자세한 설명 없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정상 영업시간 이후에 즉시 의견을 구할 수 없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