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SK 와이번스 매각, ESG경영과 연결된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 페넌트레이스 우승 3회, 포스트시즌 진출 12회 진출 등의 기록을 남기고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K텔레콤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매각하면서다.
기업 간 야구단을 양수·양도한 건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여섯 번째 사례다. 2001년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한 이후 20년 만이다. 신세계는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이 경영상 도움이 된다는 확신 하에 여러 구단을 상대로 매각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꾸준히 “백화점, 쇼핑몰 등 유통업체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온 바 있다.
한편, SK가 야구단을 양도한 목적이 ESG 경영과 연결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앞으로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더 큰 꿈을 가지고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과 지원'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 기조에 상업성이 짙은 야구단이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이번 매각과 별도로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그룹 차원의 스포츠 지원은 강화한다. SK텔레콤은 이미 빙상과 펜싱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신년 서신에서도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우리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자"며 ESG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SK의 ESG 경영은 이제 겨우 시작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새해 첫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목표에 도달한 게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조 의장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ESG 경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장으로부터 우리의 노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장은 올해를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 원년으로 삼아 시장의 신뢰를 키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SK 구성원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안전망이 튼튼하게 구축돼야 SK그룹 성장도 담보될 수 있다면서 안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의장은 “성장 비전에 대한 스토리 제시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보다 더 빠른 실행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하고 실행해 성과를 계속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끌어내겠다는 SK그룹 내 전략이다.
경제계 변화의 물결도 SK가?
우리나라 경제계는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맏형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대신 대한상공회의소의 입지는 강해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의 새 수장을 맡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경제계의 ESG 흐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최 회장을 단독 추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대한상의가 정부와 직접 소통하는 경제계의 대표 단체로 위상이 높아진 점을 고려할 때 최태원 회장이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최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볼 때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경제계가 처한 어려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힘 있게 전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대한상의는 정부의 탄소중립 변화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회장을 맡으면서, 대한상의의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와 공감할 부분은 공감하되, 기업 입장에서 ESG 제도나 규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