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액션, HSBC에 녹색금융 투명성 문제 제기… 대형은행들, 기후 목표 두고 ‘골치’

2024-05-08     이재영 editor

HSBC가 친환경 금융 목표에 대한 주주들의 압박에 직면했다.

책임투자 비영리단체 셰어액션(Share Action)은 5일(현지시각) 개최된 HSBC 연례총회(AGM)에서 성명서를 발표, HSBC의 녹색금융 목표에 대한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다.

셰어액션은 금융권에 친환경 목표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는 주주연합을 대표하고 있으며, 총 운용자산은 1조달러(약 1358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회원사로는 에토스 재단(Ethos Foundation), 엡워스 투자 관리(Epworth Investment Management), 로열 런던 자산 관리(Royal London Asset Management), 액시엄 대체 투자(Axiom Alternative Investments), 라 프랑세즈 자산 관리(La Francaise Asset Management), 영국 예수회(Jesuits in Britain), 폴크샘 연금 기금(Folksam pension fund) 등이 있다.   

셰어액션이 HSBC 연례 총회에서 녹색금융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다. / 셰어액션 웹사이트

 

유럽 은행들, 녹색금융 적극 홍보하지만 구체적인 보고는 안 해 

셰어액션은 HSBC가 2030년까지 녹색금융에 지출하기로 약속한 1조달러(약 1358조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HSBC가 탄소중립을 향해 얼마나 진전하고 있는지, 기후 금융 격차 해소에 과연 공정한 수준의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셰어액션의 은행 프로그램 책임자 잔 마틴(Jeanne Martin)은 현재 녹색금융 부문의 기후 목표는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며 “은행이 녹색금융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친환경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지 입증하지 못한 채 녹색금융에 대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녹색금융 목표를 수립하고자 한다면,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에너지 전환에 투입되는 금융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셰어액션이 이번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2023년 11월 셰어액션 보고서에서 유럽 20대 은행들이 녹색금융에 기여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그 명확성이나 투명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곧 유럽 대형 은행들이 그린워싱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녹색금융 투입 대상이 새로운 자산인지, 아니면 기존 자산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으며, 특히 2022년 HSBC는 녹색금융 투자의 77%를 기존 프로젝트에 할당한 바 있다. 이는 은행들이 새로운 녹색사업을 발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HSBC 측 대변인은 2030년까지 7500억~1조달러(약 1019조~1358조원) 규모의 지속가능 금융 및 투자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2020년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지속가능성, 사회적 측면에 걸쳐 상세한 분석과 함께 진행 상황을 보고해왔다고 설명했다. 

 

기후 목표 빨라질수록 손해?... 시티그룹 내부 문건 공개돼 

한편 은행권에서는 기후 행동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 우려가 구체화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이 가속화된다면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기업 시티그룹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는 로이터가 단독 입수한 시티그룹의 내부 기밀 문건에 따른 것으로, 로이터는 해당 문건이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제출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되었으며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다른 5대 은행도 이와 같은 보고서를 비밀리에 작성,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문건에서 다룬 내용이 시티그룹의 연준 제출용 공식 보고서에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시티그룹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입수한 문건을 살펴보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전개돼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시티그룹은 10년간 103억달러(약 13조9904억원)의 대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기후 노력이 천천히 전개된다면 손실액은 이보다 적은 71억달러(약 9조6439억원) 수준이다. 

손실 원인은 화석연료 대출 규모 축소에 있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활발해질 경우, 화석연료 산업이 위축돼 은행 대출 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2023년 말까지 미국 6대 은행들의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지만, 2024년 5월이 된 지금까지도 관련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준은 해당 연구의 목적은 은행들의 기후변화 대응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후 정책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시티그룹의 내부 분석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며, 실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과학자들 또한 글로벌 탄소세 부과 등 중대한 정책적 변화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건이 공개된 1일(현지시각) 오전 시티그룹 주가는 약 0.2% 상승하는 등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