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탄소상쇄 효과 미약” 내부 기밀 문건 유출…이사회 결정 뒤집히나

2024-05-13     송준호 editor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최근 탄소 크레딧을 통한 상쇄를 인정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조직 내외부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쇄의 감축 효과가 미약하다는 내부 조사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상쇄의 효과성을 검토한 SBTi 기밀 예비 초안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은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는 내용이며, 과학 논문과 이해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SBTi는 이사회가 탄소 크레딧을 제한적 조건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결정을 유보한 상황이다. 현재 의견 수렴 중이며, 내부 직원들은 반대 증거를 조사하는 중에 해당 문건이 유출됐다./SBTi 홈페이지

 

탄소 상쇄 크레딧 효과 없다는 내부 조사 문건 유출…이사회 결정에 큰 영향 미칠 것

SBTi는 6개월간 탄소 상쇄 크레딧의 사용을 허가하는 정책 변경 여부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받고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작성 중인 탄소상쇄크레딧의 효과가 미약함을 증명하는 문건이 누출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이 검토한 바에 따르면 “조사를 통해 수집한 경험적 및 관찰적 증거들은 탄소 크레딧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효과가 없음을 시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초안에는 탄소 크레딧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 사례들이 인용되어 있다. 일례로, 탄소 크레딧을 생성한 브라질 아마존의 조림 프로젝트가 실제 산림 손실을 완화했다는 중요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명시된 과학 논문이 인용됐다. 그 외에도 일부 탄소크레딧 인증기관이 실제 프로젝트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크레딧을 판매하거나, 프로젝트가 달성한 배출량 감축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연구는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자문그룹(Scientific Advisory Group)을 포함한 기관들로부터 추가 분석과 검토를 거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 연구 초안의 결과에 이변이 없다면, SBTi 이사회가 탄소 상쇄를 기업의 배출량 감축 계획의 일부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SBTi는 누출된 초안에 대해, 탄소상쇄에 대한 연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현 단계에서 중간 결론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SBTi측 대변인은 “분석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전까지는 제출된 증거들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아마랄 CEO는 “탄소상쇄 인정을 둘러싼 규칙 초안은 빠르면 7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기업, SBTi 이사회 결정 지지…크레딧 수요 3.5배, 26조원 추가 지출 기대

SBTi와 비영리단체들이 반대하는 반면, 기업들은 SBTi 이사회의 결정이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로 아직 크지 않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상쇄 크레딧을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베조스 어스 펀드를 비롯한 SBTi의 재정 후원자 중 다수는 전 미국 기후 특사 존 케리와 마찬가지로 이 정책의 도입을 지지하고 있어서, 이사회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입장을 쉽게 뒤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MSCI 카본마켓(Carbon Markets)은 지난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SBTi가 탄소 크레딧을 넷제로 달성의 방법으로 인정한다면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더 많은 자본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까지는 SBTi가 상쇄 크레딧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레딧을 구매하는 기업의 대다수가 SBTi의 승인을 받은 넷제로 서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탄소 크레딧을 사용하는 기업 중 13%만이 SBTi가 검증한 2050년 탄소중립 장기 목표를 채택했다. 만약, SBTi의 이사회의 결정대로 상쇄 크레딧이 인정되면 크레딧 구매 기업 중 28%로 두 배 이상의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승인받을 것으로 MSCI는 예측했다. 

즉, 더 많은 기업들이 SBTi에서 검증받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면서 시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MSCI 탄소 시장 책임자인 가이 터너는 해외 지속가능성 미디어 RI와의 인터뷰에서 “분석에 따르면, 수요가 2023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하여 탄소 크레딧에 190억 달러(약 26조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BTi의 발표가 완전히 시행되면 전 세계 탄소 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라며 "우리 연구에 따르면 SBTi가 승인한 스코프 1과2의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탄소 크레딧을 사용하여 스코프 3 배출 격차를 해소하는 기업은 현재 6억 4000만 톤의 탄소에 해당하는 크레딧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지난해 수요의 3.5배에 달하는 양"이라고 밝혔다.

가이 터너 책임자는 “MSCI 카본 마켓은 탄소 크레딧을 인정함으로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면 1000개 이상의 기업이 과학 기반 목표를 설정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SBTi가 제안하는 가드레일이 진정한 기후 혜택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