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퍼스, 엑손모빌 주주 소송 이유로 “이사회 전원에게 반대 투표할 것”

2024-05-22     유미지 editor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 펀드인 캘퍼스(Calpers)가 엑손모빌 이사회 전원에게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전했다./CalPERS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이하 캘퍼스)가 엑손모빌 이사회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주 캘퍼스는 엑손모빌이 두 팀의 행동주의 주주를 고소한 데 이어 CEO 대런 우즈(Darren Woods)의 이사회 재선임에 반대할지 고려해 왔다. 

발단은 지난 1월 엑손모빌이 행동주의 그룹인 아르주나 캐피털(Arjuna Capital)과 팔로우 디스(Follow This)를 대상으로 "주총에서 제안한 결의안이 비즈니스 과정을 방해한다"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캘퍼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다음 주 29일에 열리는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엑손 모빌 이사회 후보 12명 전원과 대런 우즈 모두에게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공개성명을 통해 밝혔다. 

캘퍼스는 4840억달러(약 660조6600억원) 규모의 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엑손모빌에 10억달러(약 1조3650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엑손모빌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팔로우 디스와 아르주나 캐피털은 엑손모빌이 직접 배출량을 줄이고 공급업체와 고객의 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스코프 3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주주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엑손모빌이 메이저 5대 정유사들 중 유일하게 스코프3 목표가 없다고 비판해왔다. 

엑손모빌은 이 행동그룹의 주주 제안이 "회사의 기존 사업을 축소하기 위해 계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1월, 텍사스 연방 법원에 제안 철회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기후 결의안이 투표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메이저 정유사가 선보인 최초의 행보였다. 

이어 회사는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주식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전혀 없는 활동가들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제안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엑손모빌은 소송을 지속해왔다. 이들은 CNBC에 “엑손모빌이 의결권 있는 주주 중 최대 90%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캘퍼스, 주주의 권리를 위해 이사진 반대에 결심

캘퍼스의 CEO 마시 프로스트는 이번 조치가 주주들의 권리를 위협하는 행동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CalPERS X

캘퍼스는 엑손모빌의 무모한 소송이 주주 행동주의 노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주주 제안이 경영진을 구속하지 않는 자문이었을 뿐이며, 엑슨모빌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해당 안건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송전으로 끌고갔기 때문이다.

또한 캘퍼스는 이런 엑손모빌의 행동이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투자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번 이사회 반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전했다.

캘퍼스의 CEO인 마시 프로스트(Marcie Frost)와 이사회 회장인 테레사 테일러(Theresa Taylor)는 서한을 통해 “엑손모빌이 목소리를 잠재우고 주주 민주주의의 규칙을 뒤흔드는 데 성공한다면 기업의 리더들은 또 어떤 주제에 한계를 두겠는가? 작업자 안전? 과도한 경영진 보상?”이라며 자문했다. 이어 엑손모빌이 현재 추구하는 법적 선례 때문에 회사의 리더들에게 답을 구하는 미래의 주주들이 무시될 수 있다며 다른 주주들에게 이사회 선임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을 발표한 이후 프로스트 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공무원퇴직체계전국회의(NCPERS annual conference)에 참여해 “이번 조치는 엑손모빌에 관한 조치가 아니라 주주 권리를 위협하는 행동에 대한 조치”라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캘퍼스의 조치를 "잘못된 신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대변인을 통해 “캘퍼스가 주주 절차의 남용을 방어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우리 이사회 전체에 반대하는 캘퍼스의 투표는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주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캘퍼스, 엑손모빌 내 행동주의 이사진에게도 반대

엑손모빌은 과거에 행동주의 투자자 엔진넘버원(Engine No.1)과 대결해 패배한 적이 있다. 지난 2021년 엔진넘버원은 적은 지분율로 엑손모빌 이사회 3개 자리를 확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엔진넘버원의 지분율은 0.02% 였다. 

이 캠페인은 엑손모빌의 공개 기준을 점검하고 탄소 중립을 위해 회사의 위치를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캘퍼스를 비롯한 여러 기관 투자자의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3명의 이사진을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캘퍼스는 자신들이 선출되는 데 도움을 준 세 명의 이사 그레고리 고프(Gregory Goff), 케이사 히탈라(Kaisa Hietala), 알렉산더 카스너(Alexander Karsner)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은 "최고 경영자인 대런 우즈가 무모하고 파괴적인 노력을 추구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이사회 전체에 반대 표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캘퍼스의 조치로 인해 이사회가 해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미국 현지 미디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는 전했다. 

캘퍼스의 프로스트 CEO는 "이 투표는 상징적인 것 이상"이라며 “거버넌스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 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금은 ”우리는 엑슨모빌의 이사들이 기업 리더십보다 학교 폭력에 더 적합해 보이는 소송을 재고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