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도 적극 홍보...케냐, 녹색 산업 붐을 일으킬까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아프리카의 녹색 산업 투자 기회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루토 대통령은 에너지 전환에 활용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에 대해 역설하며, 녹색 전환이 지속 가능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했다.
케냐, 녹색 산업 투자를 통한 경제 성장 기회 모색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해 동아프리카 전역에서 20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파이낸셜타임즈(FT)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프리카는 높은 자본 비용과 팬데믹 이후 부채 부담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회담을 통한 외국 자본 증가와 시장에 대한 접근성 강화는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루토 대통령은 회담에서 '기후·청정에너지 산업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동아프리카에 청정에너지 기술 배치를 위한 자본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다자개발은행의 조건부 차관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에 참석한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아부다비 기반의 기술회사 G42와 협력해 케냐의 지열 발전 데이터센터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케냐를 최대 1기가와트(GW) 규모의 청정 에너지 데이터 처리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는 대형 원자로의 전기 발전 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한편 미 국제개발금융공사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에이콘(Acorn)에 1억8000만달러(약 2475억 원)를 대출해 케냐에 학생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더불어 스마트폰 접속률과 전기차 분야 성장을 지원하는 소규모 대출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루토 대통령은 회담에서 케냐인의 디지털 일자리, 특히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분야의 기술을 강조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은 핵심 역량을 제외한 회사 업무 처리 전 과정을 외부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일자리 창출 통한 성장에는 한계 있어
케냐에 변혁적 변화를 불러올지는 의문
이번 미국 회담을 통해 루토 대통령은 케냐의 풍부한 녹색 에너지와 노동력을 내세워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제조업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케냐의 제조업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세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로 백오피스를 아웃소싱하는 기업은 신흥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제조업에서의 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제조업에서의 고용은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녹색 산업화를 통해 케냐가 경제 성장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을지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그럼에도 루토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자원 잠재력은 미국 기술과 투자를 활용하여 녹색 산업화를 통해 전례 없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큰 기회”라고 말하며, 미국산 녹색 제품이 파트너십의 중심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케냐와 같은 신흥국들은 경쟁적으로 국내 기후기술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녹색제품을 수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점점 더 받고 있다. 높은 차입 비용과 주요 아프리카 경제가 직면한 채무 위기는 협상의 여지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한 케냐 경제의 성장에 의구심을 표했다.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퍼거스 켈은 “루토가 강조한 디지털 일자리의 고용으로 촉발될 수 있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오피스 아웃소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는 매력적이나, 그것이 케냐에 변혁적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또한 케냐제조업협회의 잡 완조히는 디지털 일자리 창출에 대해 “그들이 일자리를 얻도록 하되,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벌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