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 신작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펴내

2021-02-03     박란희 chief editor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인 클라우드 슈밥(Klaus Schwab)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이라는 신간을 최근 발표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지배적이었던 세계 경제시스템인 서양의 주주자본주의와 동양의 국가자본주의 등을 살펴보며, “두 시스템 모두 GDP와 이익으로 측정되는 전례 없는 부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이 시스템은 또한 역사적인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훼손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두 제도 모두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번영한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같은 양만큼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환경적 문제를 일으켰다. 소득과 부, 기회의 불평등을 증가시켰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긴장을 키웠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환경 훼손을 초래했다.

두 제도의 단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새로운, 더 나은 글로벌 시스템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 제도에서는, 경제·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고루 분배되고, 기업은 단기 이익을 넘어서는 최적화를 도모하며, 정부는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경쟁, 그리고 지속가능성 및 포용적 시스템과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정한 기여와 분배를 해주는 수호자가 된다.”

클라우스 슈밥의 최근 신작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슈밥은 현재의 두 지배적인 시스템인, 서양의 주주 자본주의와 동양의 국가 자본주의를 비교한다. 그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해 “이윤 극대화 및 주주 배당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는 이제 글로벌화된 기업 환경에서 노조의 힘이 사라졌고, 정부(국가)의 중재자 역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주주들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최우선 꼭대기에 올라앉게 되었고, 반면 직원, 지역사회, 협력업체, 정부, 환경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

 

한편, 슈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른 국가 자본주의도 살펴보고 있다. 그는 국가 자본주의에 대해 “민간의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재산을 소유·관리하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해진 가격을 수요와 공급 원칙에 맞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정의한다고 할 때, 국가 자본주의 역시 자본주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델에서 국가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여겨지며, 개별 주주들에 대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적어도 세 가지 방법으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자원과 기회의 분배에 있어서 강력한 힘을 유지한다. 둘째, 사실상 모든 산업에 개입할 수 있다. 셋째, 대규모 인프라, 연구개발, 교육, 의료, 주택사업 등을 통해 경제 방향을 좌우한다. 국가자본주의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주주자본주의의 주요 단점을 해결한다. 이는 사적 이익과 단기 이익이 광범위한 사회적 이익을 넘어서지 않도록 보장하는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에티오피아 같은 국가들이 강하고 성장하는 경제를 건설하고 동시에 민간기업의 이익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국가 자본주의가 아니었다면, 개발도상국에서 지금과 같은 큰 성장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주주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비교.

 

하지만 슈밥은 국가 자본주의에도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지적한다. 슈밥은 “국가 패권을 감안할 때 부패야말로 끊임없는 위협”이라며 “특혜 시비와 함께 견제와 균형의 부족으로 인해 법 적용이 자의적일 수 있으며, 국가 최고위층이 경제 동향을 잘못 파악할 때 이들이 통제하는 방대한 자원이 잘못 할당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슈밥은 이 책에서 “단기적 이익 극대화, 세금과 규제 회피, 환경 오염의 외부화 등 이기적인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 시스템을 계속할 수 없다”며 “대신 모든 사람과 지구를 돌볼 수 있도록 설계된 사회, 경제, 국제 사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슈밥은 그 대안으로 제 3의 방법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 대신 장기적 가치 창출을 모색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능한 최대의 번영을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고, 시민사회와 국제기구는 이해관계자 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람과 지구의 이익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역시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데, 개인과 민간 기업이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의 밑바탕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적인 에너지와 직업 윤리를 발산함으로써, 민간 개인과 기업은 자유롭게 혁신하고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

그러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우리가 본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첫째, 경제에 지분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제활동에 최적화된 지표들은 사회적 이해관계를 폭넓게 만들어갈 수 있다. 더욱이 견제와 균형의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이해관계자도 지나치게 지배적이 되거나 지배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어떤 자본주의 경제 주체인 정부와 기업 모두, 이익보다 더 넓은 목표, 즉 지구와 미래 세대의 건강, 그리고 사회 전반의 부와 같은 목표를 위해 최적화할 수 있다.”

슈밥은 1971년 자신의 저서인 ‘현대 기업경영’에서 이해관계자 모델에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견해는 세계 경제계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대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2019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지했고, 지난주 마무리 된 WEF에서는 네슬레,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1개 기업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매트릭스(SCM, Stakeholder Capitalism Metrics)’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매트릭스는 지난해 WEF와 세계 4대 회계법인이 공동 연구발표한 기업의 비재무지표다.

‘Stakeholder Capitalism: Stakeholder Capitalism: A Global Economy that Works for Progress, People and Planet’이란 제목의 이 책은 피터 밴햄(WEF 커뮤니케이션실장)과 공동 집필했으며, 아직 국내 번역본은 출판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