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미 호화주택 가격 급락… 재산세 줄어 ‘세수 펑크’ 위기도
기후변화가 부동산 가격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경제매체 CNBC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허리케인 피해가 증가하자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등 미국 해안가 초호화 주택들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안가 초호화 주택 가격... 기후 위기로 3분의 1 토막...
주택 가격 떨어졌으니, 재산세 감면 주장도
기후 위기가 미국인들의 부동산 선호도를 바꿔놓고 있다. 지구 기온이 점점 뜨거워지자 해변에 밀접하거나 저지대에 위치한 주택이 지리적으로 위험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등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전통적인 호화저택 부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지역 주택들은 가족 단위 휴양, 프라이버시, 아름다운 자연 경관 등의 강점으로 초고가를 자랑해왔지만, 2013년 이후 꾸준히 거래량이 줄면서 판매가격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일례로 2023년 여름 200만달러(약 27억6500만원)에 매물로 나온 매사추세츠 낸터킷(Nantucket)에 위치한 호화주택은 올해 초 60만달러(약 8억3000만원)에 팔렸다. 판매가가 호가의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흔들리고 있는 ‘주거의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CNBC는 지난해 가을 발생한 폭풍으로 해당 주택이 위치한 해변이 70피트(약 21.3미터)나 쓸려 나갔다고 보도했다.
뉴욕 롱아일랜드 몬탁(Montauk)의 친환경 주민단체 ‘우려하는 몬탁 시민들(Concerned Citizens of Montauk)’ 전무이사 케이 타일러(Kay Tyler)는 “천만달러를 주고 집을 산 지인이 있는데, 매물로 내놓을 경우 천만달러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부 및 걸프 연안 33개 지역의 주택 7만7005채는 심각한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지역 주택의 중앙값은 100만달러(약 13억830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기후 위험 데이터 분석업체인 퍼스트 스트리트(First Street)는 이 주택들이 약 1000억달러(약 138조2500억원)의 잠재적 손실 위기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평가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했으니 재산세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낸터킷 주택 소유주들과 협력 중인 크리스 팔리(Chris Farley) 변호사는 해안 침식 등으로 집값이 하락해 일부 주택들은 재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주택들이 높은 재산세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지난 10년 동안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하락했기 때문에 소유주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도 부연했다.
팔리 변호사는 “해안가 사용 여부는 부동산 가치와 직결된다”며 지역 내 전반적인 주택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220만달러(약 30억4200만원)의 평가가치로 재산세를 내고 있는 주택 근처의 다른 두 개 주택들은 최근 각각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와 25만달러(약 3억4500만원)로 재평가되었다는 것이다. 평가가치가 떨어진 이유는 해안가로 내려가는 주택 계단이 파도에 쓸려가 현재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택 소유자 존 콘포르티(John Conforti) 또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집이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에도 팔릴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해당 주택의 매입가는 약 250만달러(약 34억5600만원)다.
재산세 약화로 인한 지방 정부의 세수 위기도 대두됐다. 코넬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조교수 린다 시(Linda Shi)는 보험회사와 부동산 시장이 기후 영향을 반영해 부동산 가치를 하향 조정, 재산세 비중을 약화시켜 플로리다 지역 정부에 재정적 피해를 준다고 분석했다.
재산세는 장기적으로 재난 피해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기후 회복력, 즉 인프라 형성에 기여한다. 부동산 평가가치 하락은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CNBC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미국 해안가 지역의 재산세가 감소하면 지역경제 타격과 함께 전반적인 세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과학자들, 허리케인 최고 등급 신설해야...
현재 기준으로는 제대로 측정 못 해
문제는 기후 재난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는 올해 허리케인 시즌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대 13개 허리케인이 발생할 예정이며, 이중 4~7개는 3등급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리케인이란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반 등지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강한 폭풍이 특징이며, 가장 약간 1등급에서 가장 강한 5등급까지 나누어진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과학자 마이클 웨너(Michael F. Wehner) 및 NOAA 출신 과학자 제임스 코신(James P. Kossin)은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이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며 6등급 ‘메가 폭풍’ 단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풍속을 기준으로 할 때, 1등급은 시속 119~153km로 나무와 고정되지 않은 이동식 주택에 피해를 주는 정도라면 5등급은 시속 252km 이상으로 인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웨너 연구팀은 시속 309km 이상을 6등급으로 분류할 경우, 지난 10년 간 2013년 필리핀에서 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태풍 하이옌 등 5개 허리케인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