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속가능경영의 전략적 의미란 무엇일까?

2024-06-18     송선우 editor

‘진실된 ESG란 무엇인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기업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그린워싱 논란과 안티ESG 움직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ESG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BCG는 “진실된 ESG 전략이란 창출된 부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자문자답하고 있다. ESG 의무공시와 평가에 대응하고, 다양성(DEI)이나 환경목표를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ESG 요인이 적용되어야 ‘ESG워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BCG가 말하는 ‘어떻게'란 친환경 아이템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는 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과정에서 ESG가 어떻게 고려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선도기업으로 친환경 전환을 주도하고 있지만 ▲임직원 처우 ▲공급망 인권관리 ▲공장 유해물질 배출 등 여러 분야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ESG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다를까?

동서양의 지속가능경영 발전 역사/ 임팩트온

ESG 관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서양의 지속가능경영 발전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SG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ESG"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지만, 여기에 다다르기까지 동서양의 과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우, 사회공헌에서부터 지속가능경영이 시작됐다. 연탄 배달이나 기부행사 등 자선활동에서부터 좀 더 넓은 차원의 CSR로, 그리고 사회적 책임활동을 재무적 가치와 연계하는 CSV로 연결고리가 이어졌다.

반면 서양의 경우, 지속가능경영의 뿌리가 공급망 관리에 있다. 미국에서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공급망에서 환경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나 원자재 사용을 줄여 비용절감을 도모하는데에 있다. 학계에서도 LCA학회가 별도로 운영될 정도로 LCA는 서양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GE, 지멘스 등의 선도기업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산업으로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환을 선언하며 오래 전부터 ESG 요인을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시키고자 시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서양기업을 살펴보면, ESG를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동양의 경우, 아직까지도 ‘ESG가 돈이 되나’라고 생각하는 임직원들이 많다. 그동안 ‘사회적 책임’이라는 키워드가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이에 친환경 사업 아이템을 모색하는 기업은 많지만, 규제나 평가 대응을 넘어 ESG를 고려한 의사결정이나 경영전략적 접근방식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비교적 적다.

반면 서양 기업들의 경우, 공급망 관리와 비용 절감을 지속가능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ESG와 재무적가치 창출의 간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다. 다만, 지속가능경영활동이 환경 부문에 지나지게 집중되어 사회적 임팩트 창출에 대한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동양과 서양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ESG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동양의 경우, 지속가능경영의 어젠다가 재무적 가치와 연결되지 못했고, 이는 결국 ESG 내재화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규제나 평가 대응을 위해 거시적인 지속가능성 목표를 수립했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동이 부족했다.

실제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HRRC)가 국내 주요기업 37곳의 인권경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53%의 기업이 인권준수를 서약했으나, 28% 기업만이 인권 리스크 경감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혀, 서약과 행동간의 격차가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서양의 경우,적극적인 지속가능경영 활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근로환경이나 지역사회 피해가 커지자 사회적으로 안티 ESG움직임이 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과 근로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자동차업계의 친환경 전환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동양 기업들은 기업 활동이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집중했지만 재무적영향을 연결하는데에 있어 약점을 보였고, 서양 기업들의 경우 이와 반대되는 경향을 보였다.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이중 중대성 (Double Materiality)이다. 이에 대해 BCG는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기업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과 외부적 요인이 기업 내부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조직 내외부에서 인정받는 진실된 ESG가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기업들이 집중해야할 대목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외부 ESG 요인의 재무적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이다. 서양 기업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강점을 보여왔기 떄문에 이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배울점을 찾을 수 있다.

 

ESG 규제에 대한 수동적 대응과 선제적 행동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서양기업들은 글로벌 이니셔티브, 공동 펀드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한후 법제화를 추진한다.

EU를 중심으로  ESG규제 강화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규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법무법인, 공공기관, 경제단체 등에서는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컨퍼런스를 개최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는  규제에 대한 사후 대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서양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살펴보면 ‘정책 관여(Policy Engagement)’에 대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에서 기업의 정책 로비가 합법이기 때문인데, 기업은 특정 ESG정책을 통과 혹은 부결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명시한다. 특히, 서양 기업들은 글로벌 ESG 법제화 과정에서 사업적 우위를 점하고, 재무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연대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유엔이나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산업계에서 자발적 펀드나 얼라이언스를 수립해 선제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4월 26일 EU는 지속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정책을 발표해 SAF의무화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 2050년까지 해당 비율을 7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서양기업들은 이미 법안 제정 이전부터 선제적 행동을 보여왔다. 산업계 주요기관들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족된 지속가능한 항공을 위한 국제연합(Global Coalition for Sustainable Aviation), 환경보호기금(EDF)의 주도로 창립된 지속가능한 항공 구매자 연합(Sustainable Aviation Buyers Alliance) 등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선제적으로 SAF생태계 구축을 모색했다. 특히 유나이티드 항공은 독자적으로 SAF펀드를 구축했는데 여기에는 ▲JP모건 체이스, 나틱시스은행 등의 금융기관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 등의 항공기업 ▲아람코 등의 석유기업 ▲제트블루, 하와이안 항공 등의 항공사가 참여했다. 펀드를 통해 SAF산업에 대한 생태계를 이미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렇게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후, 정책 로비를 통해 SAF의무화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실제 EU,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됐고 미리 생태계를 구축한 선도기업들은 비즈니스적으로 선점효과를 누리게 됐다.  

반면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SAF의무화 법안이 발효된 이후, 이에 대응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전환을 모색하면서 후발주자의 입장이 됐다. 실제 한국 석유협회는 “앞서 나가는 제도를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제도와 같은 과감한 인센티브가 현재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등이 SAF생산설비 구축계획을 수립했으나, 이미 생태계를 구축해 선공급계약를 체결하고 투자 및 R&D파트너십을 유치한 선도기업들에 비해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10년 앞을 내다 본 이케아의 재생에너지 투자…

장기적 지속가능성 목표 추구에 대한 재무 성과는?

주요 글로벌 ESG 정보공시 기준을 살펴보면, 장기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행동방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2050 탄소중립목표를 설정했으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 탄소중립계획을 이행하는 기업의 숫자는 적다. 실제 글로벌 탄소 모니터링 기관 넷제로 트래커(Net-Zero Tracker)에 따르면,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유엔의 기업 2050탄소중립 캠페인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에 기준에 부합하고 있는 기업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장기적인 목표 이행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장기적 지속가능성 요소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GRI가 요구하는 이해관계자 리스트업이나 TCFD가 요구하는 시나리오 분석 등을 통해 기후변화,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용과 자원을 투입하는데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2018년-2024년 유럽의 전력가격 변화 트렌드/Ember 

반면 선도기업의 경우, 2000년대 후반이나 2010년대 초반부터 장기적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기간 힘써왔고, 그 결과 지속가능성과 재무성과를 동시에 달성한 경험이 있다.

일례로 이케아는 2009년부터 재생에너지 투자를 시작했고 2012년 RE100을 선언해 11년간 무려 25억유로(약 3조964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감행했다. 이케아가 재생에너지 투자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에너지 안보’다. 이케아는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과 미래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투자의 재무적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재무최고책임자(CFO)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언급을 여러번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이케아의 CFO 롭 올슨(Rob Olson)은 포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력요금의 변동성은 비즈니스의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재무적으로 적절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자, 이케아의 선택이 빛을 발했다. 2022년 8월에는 EU의 전력가격이 전년대비 4배 가량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유럽기업들은 생산원가가 50%나 상승해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하지만, 22년도 이케아의 운영비용은 전년대비 불과 12% 가량 상승했으며, 운영 이익도 오히려 늘어나면서 에너지 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이케아의 경우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타 기업과 달리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시설을 운영했기 때문에 원활하게 에너지를 수급할 수 있었다. 

이케아의 재생에너지 투자자본 수익률 추산/ 임팩트온

실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유럽의 탄소가격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케아의 재생에너지 투자자본수익률(ROI)를 추산해보면, 이케아의 재생에너지 투자로 인한 연간재무혜택은 6035만 유로(893억원 )가량이며 ROI는 26.54%에 달한다.

때문에 이케아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늘려 2030년까지 총 투자금액 70억유로(10조 3632억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한민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대한 재생에너지 직접 투자가 포함되어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요금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고 있지만, 2023년 산업용 전력가격은 2021년 대비 무려 45.7%가량 상승했으며, 차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케아는 국내기업보다 앞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직접투자를 적극 검토하며 선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 전략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핵심은 '행동의 주도성'과 '타이밍'에 달려있다. 규제나 외부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후발주자로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지 못하고 리스크 관리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야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ESG 선도기업이 선제적 행동을 도모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적 관점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기업 또한 ESG전략과 재무적 성과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를 기대한다.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

임팩트온 송선우 에디터는 분석 기사를 통해 ESG 공시, 프레임워크, 트렌드 등 글로벌 ESG 주요 현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E커머스 ESG전략 사내 세미나’, SK경영경제연구소의 ‘탄소중립 사례연구’ 등 ESG 관련 리서치와 국제 표준 분석 등의 연구작업도 함께 참여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