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리나솔라, 미국에 공장 세운다… 다급한 시진핑, ‘중국몽’ 지우고 다시 ‘도광양회’로
미국의 거센 '중국 때리기'에 중국 기업들도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 태양광 기업 트리나 솔라(Trina Solar)가 미국의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 지역에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리나 솔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다.
중국 기업들, 동남아 우회로까지 막는 미국 제재에 속수무책
7일(현지시각) 트리나 솔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미 인력을 30%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윌머(Wilmer)에 건설 중인 태양광 패널 공장이 2024년 말 가동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리나 솔라 북미 사업부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주(Steven Zhu)는 윌머 공장 외에도 추가적인 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머 공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셀을 공급해줄 전담 생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윌머 공장은 5GW의 모듈을 생산해 미국과 유럽에 공급하게 된다. 투자 규모는 약 2억달러(약 2760억원) 이상이며, 1500개의 현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트리니 솔라는 2022년 8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후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제정된 이후 미국 내 생산 역량을 계속 확대해왔다. 자국인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트리니 솔라의 셀 부품 공장 신설 여부가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결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리니 솔라가 별도의 부품 공장 건설까지 고려하게 된 것은, 동남아시아라는 ‘우회로’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으로 수입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정부가 새로운 조치를 발표, 수입 통제를 강화하면서 동남아시아 제품에도 올해 7월부터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와 동일한 관세를 부과받게 될 예정이다. 이에 트리니 솔라 등 중국 기업들은 태국, 베트남에 있던 생산시설들을 폐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최대 태양광 기업 론지 그린 에너지 테크놀로지(Longi Green Energy Technology Co.)는 이달 초 베트남 공장 생산 라인 5개를 모두 중단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
트리니 솔라 대변인 또한 태국, 베트남 생산기지를 폐쇄 조치하였으며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도면밀하고도 거센 ‘중국 때리기’에 중국 기업들도 백기를 든 셈이다.
너무 빨리 드러낸 야심, '중국몽'... 서구권 반발 불러와
중국, 다시 몸 낮춘다
미국과의 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중국도 대외 정책을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신품질 생산력’을 가져온 것이다. 미국 등 서구권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기술 혁신을 통한 제조업 개선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 뼈아픈 타격을 줬다는 의미다.
17일 중국 공산당은 다음달 열리는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 주석은 미국을 넘어서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中国梦, 중화민족의 부흥, 모든 중국인들의 꿈)’을 주창해왔지만 결론적으로 관세, 보조금 불이익, 공급망 배제 등 서구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로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중국 지도부의 대외 노선 변경은 과거 덩샤오핑이 주창한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 정책 방향으로의 대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