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평가 기준 강화...증권사 선정에 영향 있나

2024-06-20     송준호 editor

국민연금의 하반기 주식거래 증권사 선정 평가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ESG 평가 점수를 강화하면서 배점 기준을 달리한 것이 올해 증권사 선정에 영향을 줬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래 증권사 ESG 평가 배점 5점 높여…거래소 선정에 실제 영향력 있나

올 하반기 증권사 선정 평가 결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국민연금은 2024년 상반기의 거래 증권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올해 상반기 주식 거래 증권사는 기존 36개에서 10곳이 줄어든 26곳으로 발표됐다. 제외됐던 일반거래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UBS증권 ▲교보증권 ▲JP모건증권 ▲흥국증권 10곳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거래에서 연속으로 두 번 이상 제외될 시 담당자가 해직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탈락한 증권사들은 국민연금과 거래를 재개해야만 하는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ESG 평가 배점이 증권사 선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거래 증권사 평가 항목 중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 배점'을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변경한 후 5점에서 10점으로 배점을 높였다. 추가 점수는 ESG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발간 건수를 평가하는 '책임투자 보고서' 2점과 증권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확인하는 'ESG 경영' 3점으로 구성됐다.

거래 기회가 줄어든만큼 증권사들은 늘어난 ESG평가 배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 증권사들은 평가 점수 1, 2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국민연금의 발표가 있고 증권사들은 품질이 높지 않더라도 숙제하듯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평가가 보고서의 품질이 아닌 발간 건수를 확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여러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도 미래에셋증권은 21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한편, ESG평가 배점은 늘었지만 책임투자와 의결권에 관련된 중요한 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겠다는 국민연금의 기본 입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한국ESG기준원(KCGS)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증권사 중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증권사는 6곳으로 확인된다. 이는 20곳이 넘는 거래사들은 대부분 이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증권사는 ▲IBK투자증권(주) ▲KB증권 ▲신영증권(주) ▲이베스트투자증권(주) ▲하나증권(주) ▲한화투자증권(주)로 확인된다. 

그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한다고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과연 국민연금이 발표한 거래사 선정 기준에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본부 사옥/국민연금

 

글로벌 연기금도 ESG 원칙 강화 행보…평가 순위 매기는 시도도 관측

국민연금의 이런 움직임은 ESG 투자를 강화하라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서울 강서병)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책임투자자산의 대부분이 ESG 워싱(Washing)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의원은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 자산 중 위탁운용하는 284조4000억원의 98%가 책임 투자 자산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만이 투자 기준으로 ESG 원칙을 강화하는 행보를 걷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오히려 더 강력한 형태로 ESG를 투자업계에 정착시키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주주 관여를 통해 ESG를 강조하고 있다. 

행동주의 그룹인 아르주나 캐피털(Arjuna Capital)과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엑손모빌의 주총에서 제기한 기후 관련 결의안으로 엑손모빌에 소송을 당하자, 이에 이사회 반대표를 던지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섰다.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런 움직임에,  1조6000억달러(약 2180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도 함께하고 있다. 

ESG 평가를 통한 등수 매기기도 관측된다. 영국에서는 환경성과로 연금 상품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리그 테이블이란 자본시장에서 인수·합병(M&A),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주식 발행(ECM)과 회사채 등 채무증권 발행(DCM)을 주관(자문)하는 시장 참가자 실적을 집계한 순위표를 말하는데, 여기에 환경 성과를 더한 그린 리그 테이블이 나온 것이다. 

그린 리그 테이블은 순위가 나오므로 연기금 간 비교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리그 테이블에서 탄소배출량 1위 업체로 지목된 SEI의 확정기여형 연금 제도는 100만파운드(약 17억원)당 10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가장 친환경적인 연금으로 꼽힌 국민연금 신탁(National Pensions Trust)보다 4배나 높은 수치로 확인된다. 국민연금 신탁은 100만파운드(약 17억원)당 23.4톤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기사는 제목과 내용의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했음을 파악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수정하여 다시 출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