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타고 미 ESS 시장 84% 급증… 삼성SDI, LG엔솔 등 국내 기업도 수혜
올해 1분기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지난해 동기 대비 84% 급증했다.
에너지 부문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와 미국청정전력협회(American Clean Power Association, ACP)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 스토리지 모니터(U.S. Energy Storage Monitor)'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미 태양광 설치 붐에 ESS도 고공행진...
IRA 추가 지침, 자국 생산 제품 인센티브 신청 절차 간소화
1분기 미국 ESS 시장이 총 1265메가와트(MW)의 신규 용량을 추가하며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1분기 최고 기록이자 2023년 1분기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가장 크게 성장한 부문은 그리드 규모 에너지 저장시설(Grid-Scale Energy Storage) 쪽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드 규모 전력 저장 부문은 993MW를 추가 설치하며 1분기 ESS 시장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견인했다. 신규 저장 설비의 90%는 네바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 설치됐다.
그리드 규모 전력 저장 설비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대규모 저장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장치를 갖추고 있으면 날씨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특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
ACP 시장 및 정책 분석 담당 부사장 존 헨슬리(John Hensley)는 “최고의 ESS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4년 그리드 규모 저장 설비 부문이 11.1기가와트(GW)에 도달할 것이며, 텍사스가 캘리포니아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거용 부문은 1분기 250MW를 추가 설치, 2023년 4분기보다 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캘리포니아가 이전 분기보다 24% 더 많은 신규 용량을 추가, 주거 부문의 성장을 주도했다.
반면 커뮤니티, 상업, 산업(Community, Commercial, and Industrial, CCI)의 ESS 시장은 1분기 19.4MW의 신규 용량이 배치되면서 전 분기 대비 43% 감소세를 보였다. CCI란 학교, 병원, 공공시설 등 지역사회 인프라나 쇼핑몰, 사무실, 상업용 오피스, 공장, 제조시설 등을 말한다.
보고서는 CCI 부문 성장이 저조한 이유로 경제적 인센티브 부족과 높은 ESS 설치비용 등을 꼽았다. 다만 향후 도입될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 2024~2025년 예정된 다수의 ESS 구축 프로젝트 등 CCI 부문 또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주역은 역시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이다. 자국에서 생산된 에너지 저장 장비에 10%의 추가 세액 공제(또는 인센티브) 혜택을 부여하는 IRA가 미국 ESS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 5월 16일(현지시각) 발표된 IRA 자국 생산 제품 혜택 관련 추가 지침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10%의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세부적으로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용된 부품들이 자국산이라는 것만 입증하면 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우드 맥킨지는 미국 ESS 시장이 2024년 전 부문에 걸쳐 12.9GW, 2028년에는 75GW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분기 중국의 ESS 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중국의 신형 에너지 저장 분야 전체 용량이 지난 1분기 35GW를 넘어서면서, 작년 4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210% 신장했다고 밝혔다.
2022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ESS를 핵심으로 하는 자국의 '신형 에너지 저장'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미국, 중국 G2 국가가 ESS 산업 확대에 경쟁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LG엔솔, 삼성SDI 등 국내 기업에게도 '돌파구'
미 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한국 기업에도 돌파구가 됐다.
대표적인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ESS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단행했으나, 잦은 화재로 성장이 정체됐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ESS 화재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총 54건 발생했으며, 화재 피해액은 총 851억3700만원에 달한다. ESS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물질 특성상 폭발성이 높아 쉽게 진압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SK온, 삼성SDI, LS일렉트릭 등 국내 업체들은 ESS 전용 소화 장치 마련, 배터리 과열 현상 방지 솔루션 도입, 배터리 안전평가 센터 설립 등 안전 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왔다.
북미 시장의 성장은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둘도 없는 ‘기회’가 된다. 특히 태양광 설치 열풍이 불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거용 태양광 패널 및 ESS 설치 비용(5KW 기준)은 평균 2만2500달러(약 3113만원)로 지난해보다 20~30% 저렴해졌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떨어진 데다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 가격도 15%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IRA의 혜택을 받으면 설치비용의 30%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수요 상승의 주요 동원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 5월 16일 한화큐셀 미국 법인에 2026년 10월까지 총 4.8GWh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것이다.
삼성SDI도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강화하자 글로벌 ESS 2위 사업자인 삼성SDI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SDI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4'에서 “안정성을 강화한 삼성배터리박스(SBB)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신규 고객과의 사업 기회도 계속 확대해 향후 ESS 시장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19~21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인터배터리 유럽 2024(InterBattery Europe 2024)'에도 참가, ESS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보인다.
'인터배터리 유럽'은 유럽 최대 에너지 산업 관련 전시 'The Smarter E Europe' 내 개최되는 전시 중 하나로, 올해 총 2800개의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