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 Hive를 통해 바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거버넌스

2024-06-25     임팩트온(Impact ON)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하이브와 어도어 사태를 보면서, 문득 지속가능보고서와 사업보고서상 기재된 거버넌스의 내용은 동일하며 그 내용은 기업의 모든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이들의 최근 운영 트렌드인 멀티 레이블 구조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영권 분쟁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하이브(Hive)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버넌스 상의 취약점과 보완점에 대해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측면에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지난 4월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SBS뉴스 유튜브 채널 캡처

 

대기업의 운영체계를 흡수하고자 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국내 주요 대기업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종속회사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지주사에서 모든 관리를 진행하다가 사업 확장의 목적으로 계열사를 늘려왔다. 최근 들어서는 아티스트들의 창의성과 이를 위한 독립성이 중시되면서 멀티 레이블 체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멀티 레이블 체제의 계열화는 대기업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산업 및 업종별로 비교적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 혹여나 중복된 사업을 운영하는 계열사들이 있는 경우 지주사에서 밸런스를 조절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레이블 조직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태생적으로 동종업계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기업 지주사처럼 명확하게 구분해 주기 어렵고 레이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각각의 창의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이렇게 밸런스 조절이라는 역할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아일릿과 뉴진스 간의 베끼기 논쟁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은 하이브의 손익계산서와 주요 경쟁사의 손익계산서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하이브는 2023년 연결 기준으로는 1834억원이라는 순이익을 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190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와는 상반되게 SM은 연결 순이익 827억원, 별도 순이익 649억원, YG는 연결 순이익 770억원, 별도 순이익 530억원 JYP는 연결 순이익 1050억원, 별도 순이익 1201억원을 기록하며 종속기업이 없이도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어,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엔터테인먼트사에 적절한 형태인 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이브 2024 1분기 실적보고서/하이브

 

지배주주와 이사회의 균형

사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배주주와 이사진의 갈등이었다. 지배주주는 하이브로써 80%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20%를 민희진 어도어 대표 외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진의 구성은 대부분 민희진 대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가 실제 8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민희진 대표에 불리한 조건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래서 이런 갈등으로 하이브에서 주주권을 발동하여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고, 결국 2명의 민희진 대표 측의 이사가 물러나게 되고 하이브 측에서 추천한 3명의 이사진이 선임되어 하이브 대 민희진 측 이사진 비율이 0:3에서 3:1로 뒤집혔다.

다만, 민희진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해임에 찬성하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 법원의 결정에 힘입어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주총으로 이사회까지 장악한 하이브에서 민희진 대표를 내보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되며 과연 이러한 거버넌스가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는 수평적인 구조, 투명하고 건전한 거버넌스, 아티스트와 팬, 구성원, 파트너사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속가능보고서와 사업보고서의 불협화음

 2022년 하이브의 지속가능보고서에는 멀티레이블 운영을 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빅히트-BTS 쏘스뮤직-르세라핌 플레디스-세븐틴 빌리프랩-아일릿 어도어-뉴진스 KOZ-지코)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2023년 하이브의 사업보고서에서는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Label) 영역과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음악에 기반한 공연, 영상 콘텐츠, IP,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솔루션(Solution) 영역, 그리고 위버스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플랫폼(Platform) 영역으로의 구분과 계열사의 투자 현황, 지분율, 주요 종속회사 여부 등이 복잡하게 공개되어 있다. 심지어 계열사 계통도에는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 지분율이 100%로 오기입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보고서가 통합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이 문제는 비단 하이브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지속가능보고서와 사업보고서는 비재무적 가치 책정과 재무적 가치 책정이라는 다른 두 가지의 맥락으로 해석이 된다는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인 회사의 기본 설명, 목표는 어떠한 보고서를 보아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의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보고서는 별도로 제출이 되며 각각 이듬해 3월, 6월까지 등록하고 있다. 대부분은 제출처와 각 보고서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다르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먼저 제출되는 사업보고서 내용과 수치적인 결과를 토대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며, 재무적 결과에 꿰맞추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사업보고서에 통합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도 ISSB 도입이 완료되면 지속가능성 정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아닌 사업보고서 내 통합 공시되어야 한다. 재무적 가치측정에 따라 변화하는 지속가능보고서가 아닌, 재무적 가치와 지속가능성 가치가 동일한 선상에서, 처음부터 동일한 목표와 아젠다를 고려하여 제시하는 통합 보고서가 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에서 뉴진스를 부각하기 위한 요소로 이번 사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시가총액 2.3조를 감당하면서까지 이런 노이즈 마케팅을 할 기업은 없다. 하이브의 4월부터 6월까지 최대 주가는 23만8500원(04/22, 약 10조) 이고 최소 가격은 18만5700원(5/23, 약 7.7조)이었다.

방시혁 의장과 그의 조력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결실로 맺어지며 BTS라는 전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만들어내었고, 성장가도를 이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이에 기존 엔터테인먼트사와는 다른 형태의 운영을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붙임도 함께 겪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독창성과 창의성을 강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멀티 레이블 방식의 남용이 오히려 기업과 레이블 양측에 부정적인 요소는 아닌지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건강한 거버넌스가 제시되길 기대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거버넌스의 모범 사례로 발전하여 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이 아닌 모든 업종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하이브의 지배구조/하이브 사업보고서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