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전선, 변전소도 필요없어… “기차, 그린수소로 달린다”

2024-06-26     이재영 editor

운송 수단 탈탄소화가 본격화되면서 철도산업에도 전기화 바람이 불고 있다.

25일(현지시각) 기후테크 전문매체 클린 테크니카는 디젤 기관차가 주를 이루는 철도산업에서 녹색수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젤 전기 기관차, 수소 연료 전지로 개조한다  

기차의 전기화가 버스나 일반 승용차보다 늦는 이유는 충전 문제 때문이다. 전기 버스의 경우, 최근 무선 충전 기술의 발달로 훨씬 간편하고 저렴한 충전이 가능해졌다. 도로에 충전 장치를 매설하여 운행 중에도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상용화된 것이다.

무선충전 전기버스 / 국토교통부

국내에서는 대전시가 2021년 8월부터 대덕특구 순환노선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자체 개발한 무선 충전 전기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기차의 충전 인프라 구축은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다. 한 대 또는 소수의 기관차이 여러 대의 화차나 객차를 끌어야 하는 기차는 버스보다 훨씬 크고 무거워 대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기 기차는 막대한 전력을 일정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 변전소, 공중에 설치된 전선 등의 고정 전원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전철, 즉 지하철도 레일 아래 또는 옆에 제3궤조((Third Rail System)라 불리는 전도성 레일을 설치, 고정 전원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정 전원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신규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송전탑이나 변전소는 환경 및 미관 문제로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유발한다. 디젤 기관차의 전기화 전환이 버스 대비 쉽지 않았던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제시된 대안이 수소다. 수소 자체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인데다 이를 동력으로 하는 수소 연료 전지를 기차에 탑재시키면 송전탑, 변전소, 전선도 필요없다. 고정 전원 인프라 없이도 기차가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수소 연료 전지는 수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발전 장치로, 미리 저장해놓은 전기를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배터리와는 차이가 있다.

수소 연료 전지 구조도 / SK E&S

수소 연료 전지는 양극, 음극,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전해질은 수소이온(H+)이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별도의 탱크 등에서 수소 연료 전지에 공급된 수소(H2)는 음극에서 수소이온(H+)과 전자(e-)로 분리되는데, 이때 전자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며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전해질을 통과한 수소이온은 산소(O2)와 만나 물(H2O)이 되어 배출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발전이다. 수소 연료 전지는 몇 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전 시간이 긴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강점도 확실하다.

클린 테크니카는 미국 내 거의 모든 디젤 기관차가 이미 부분적으로 전기화되어 있어, 수소 연료 전지나 배터리 등을 결합해 완전한 전기화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거의 모든 디젤 기관차는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그 전력으로 견인 전동기를 구동하는 형태인 디젤 전기 기관차다. 

실제 수소 활용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가 화물 철도 터미널에 수소 연료 전지 스위처 기관차(Fuel Cell Switcher Locomotive, 입환용 기관차)를 시범 도입한 것이다. 스위처 기관차는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기관차를 말한다. 

자재의 적재 및 하역, 기차의 편성, 분리, 유지보수 등이 이루어지는 화물 철도 터미널은 많은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데, 스위처 기관차의 전기화는 배출량 감소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캐나다 철도회사 CPKC(Canadian Pacific Kansas City) 또한 지난해 6월 수소 변환 키트를 사용한 웨스트버지니아 디젤 기관차의 전기화를 목표로, 미국 철도회사 CSX와 합작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 높아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승객 태운 수소 열차 선보여 

수소를 활용한 철도 탈탄소화의 가장 큰 난관은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 문제다. 현재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의 비용은 1킬로그램(㎏)당 약 5달러(약 6934원) 정도다. 1㎏당 약 2달러(약 2773원) 수준인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훨씬 비싸다. 그린수소는 태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들어내는 수소를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는 그린수소의 가격을 1당 1달러(약 1387원)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수립,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전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저렴해지고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수소 전해조(전기로 물과 수소를 분리하는 시스템) 기술도 발달하면서 그린수소와 기존 화학연료 기반 수소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프랑스 수소업체 라이페(Lhyfe)는 독일 튀빙겐에 연간 30톤의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 플랜트를 완공했다. 이는 디젤 열차를 수소 연료 전지 열차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일의 H2goesRail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린수소는 현장에서 생산돼 이동식 저장 탱크에 저장된 후 기차가 충전할 수 있는 탱크 트레일러로 보내지며, 충전도 디젤 열차와 동일한 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한편 중국산 전해조는 유럽보다 8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과잉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시장리서치업체 블룸버그NEF는 2023년 세계 수소 전해조 생산용량이 이미 2024년 예상 수요의 7.3배를 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철도기술원, 우진산전, 한국철도공사 등 7개 기관이 국비 220억원 등 총 257억원을 투입, 지난해 1월 수소전기열차를 총 132명 탑승인원의 간선형 열차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1회 충전 시 600킬로미터(Km)까지 운행할 수 있다.  

친환경 수소전기열차 시험차량 / 국토교통부

총괄연구책임자 류준형 철도연 추진시스템연구실 실장은 “승객을 모두 태운 조건에서 주행거리 600Km를 달성했으며, 수송 승객 부하에 따라 주행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