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230건 중 워싱이 47건…청구인 승소율 70%에 달해
런던정치경제대학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가 27일(현지 시각) 글로벌 기후변화 소송 트렌드를 분석한 여섯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매년 소송 트렌드 보고서를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은 233건이다. 소송건수는 2021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트렌들르 보이는데, 이는 소송 리스크가 큰 산업분야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고 특히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화석연료발전 인프라의 신규 건설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과 화석연료, 기후소송 여전히 집중…국가와 산업 다양화되는 움직임도 포착
기후 소송은 50여 개국에서 누적 2666건이 제기됐다. 소송의 70%는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이 체결된 후 제기됐다.
보고서는 미국에 집중됐던 기후소송이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745~17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이 139건, 브라질이 82건, 독일이 6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는 대부분 1~10건이었으며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11~20건으로 상대적으로 기후 소송이 많이 제기됐다.
산업별로는 화석연료 부문이 여전히 가장 많은 소송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항공 ▲식음료 ▲이커머스 ▲금융 서비스 등으로 다양한 부문으로 소송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영국의 광고 규제기관 광고표준청(ASA)은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에티하드항공 등 3개 항공사의 광고를 금지시켰으며, 미국 뉴욕주가 지난 2월 탄소중립 관련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JBS를 고소하기도 했다.
기후워싱 승소율 70%...오염자 부담 소송도 30건
기업에 제기된 기후 소송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230여 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140건가량이 기후 워싱이었다. 기후 워싱 소송은 무려 70%가 청구인들이 유리한 판결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뱅가드 인베스트먼트 호주가 윤리적 채권이라는 금융상품을 홍보하다가 워싱 소송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해당 주장에 대해 허위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오염자 부담 소송도 30건이 진행 중이다. 이는 온실가스를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CJEU)가 이탈리아 최대 제철소를 대상으로 가동 중단 판결을 내린 것도 이에 해당하는 사례다.
기업 이사나 임원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현장 안전 문제를 경영진에게 묻는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연구소는 이런 추세에 대해 “기후 소송의 분야가 성장하고 다양화되고 있지만, 매년 제기되는 소송의 수는 줄고 있다”라며 “소송이 더욱 전략적인 형태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