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덜란드와 한국, 1조원 곤충산업 성패 가른 ‘이것’

2024-07-02     임팩트온(Impact ON)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는 지금

농업 선진국은 단연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 농업은 누구나 동경한다. 네덜란드는 작은 국토 면적, 부족한 일조량, 작물의 노지 재배에 불리한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국가, 대학, 기업연구소, 금융, 농부가 일체가 된 농업 공동체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한 세계 초일류 농업 국가다.

2004년 바헤닝언(Wageningen)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네슬레, 유니레버, 하이네켄, 몬산토 등 글로벌 식품, 농·화학 회사들이 협력하여 농산물 클러스터인 ‘푸드밸리(Food Valley)’를 조성했다. 프랑스 Danone, 미국 Heinz, 네덜란드 Royal Friesland Campina 등 전 세계 Top 40개 식품기업 중 12개 기업의 연구·개발 시설이 네덜란드에 위치하고 있다. 바헤닝언(Wageningen) 대학 및 Wageningen UR(University and Research Center)이 교육과 연구의 중심이 되어,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 양성에 집중한다. 특히 이 클러스터는 연구실과 현장이 연결되어 농업을 연구하고 실제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세계 1위 바헤닝언(Wageningen) 농업대학 연구소와 식품 클러스터 중심으로 한 기업·대학·정부의 ‘산-학-관’ 협력 시스템이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의 농업국가가 된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네덜란드 농식품 산업은 ▲세게 2위 농식품 수출국 ▲세계1위의 농업/임업 대학 ▲GDP의 8.3% ▲총수출액의 19% (무역흑자의 65%) ▲고용의 10% ▲세계 랭킹 25위 기업 중 3개가 네덜란드 기업 (하이네켄, 유니레버 등) 등으로 요약되는 세계 최고의 농업국가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러한 네덜란드 농업을 대표하는 것은 외부 환경과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내내 최첨단 환경제어장치를 이용해 작물에 맞는 최적의 생육 환경을 제공하는 첨단 스마트 팜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순환 농업이란 점을 놓치면 안 된다.

 

네덜란드 유리온실, 2040년 기후 중립 달성

네덜란드 스마트팜은 유리온실 부문에서 2040년까지 기후 중립(climate-neutral)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유리온실 난방에 지열을 이용한 국가이며, 지열을 이용한 난방은 2022년 네덜란드 26개 지역, 36곳에서 가동, 전체 유리온실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6%에 해당하는 연간 2억㎥(루베)의 천연가스를 대체했다. 앞으로 매년 20곳에 지열 발전을 추가 설치해 2030년에는 네덜란드 전역에 175곳의 지열 발전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렇게 네덜란드 스마트 팜에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지양하고 지열과 태양광 등의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난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농업의 고도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유리온실 이외에도 네덜란드는 전방위 기후 대응 순환 경제기반의 농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축산 부문에서는 지역 생산 사료를 사용하면서 자연 순환 방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한 사료용 곤충인 동애등에를 이용하여 생산된 사료 및 퇴비를 생산하여 지역 협업 및 순환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프로픽스(PROFIX)는 프랑스의 이노바피드(INOVAFEED)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곤충기업으로 순환경제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식품기업들의 협력과 거대 자본의 투자도 당연히 따른다.

네덜란드는 스마트 팜 이외 일반 작물 재배에서도 퇴비 사용을 늘리고 화학비료 사용을 억제하며 기계적 제초 등으로 농약사용도 억제하는 정밀 농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공 수정보다 자연 수정을 위해 꿀벌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책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 활성화로 수송 탄소발자국을 줄이며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 식품 가치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대한민국 스마트팜의 환상과 착각

과연 최근 스마트 팜에 열중하고 있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IT 기술을 자찬하며 K-스마트 팜을 해외에 팔겠다고 나서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선 우리나라 스마트 팜에는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을 위한 온도관리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한다는 소식은 거의 없다. 거기에 첨단 농업을 자처하느라 각종 에너지소비형 자동화 설비가 들어간다. 거기에다가 태양광을 LED로 대체하는 식물 공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인 태양을 배제하고 원전과 석탄으로 생산하는 전기 사용을 극대화한다. 화석연료로 유지되는 시설 농업은 첨단 기술이 도입될수록 탄소 발생을 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스마트 팜은 네덜란드와 비교해서 반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이 의심된다.

결국 우리나라 스마트 팜은 필수적인 생육 데이터 축적이 미비한 실정이라 생육 관리시스템을 유럽 모델을 전용해서 쓰고 있다. 결국 스마트 팜에 필수적인 양액 관리도 결국은 외국의 것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양액마저도 수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본 네덜란드처럼 산학연이 일체가 되어 생육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작물별 생육환경 관리할 수 있는 개발 시스템이 우리나라엔 없다. 대학 따로 농촌 진흥청 같은 연구소 따로 그리고 산업체 따로 각자도생 중이다.

 

약탈 농업과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업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한 현대 농업은 콩,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단작화와 비료와 농약 등 화학화, 그리고 트랙터 등 기계화를 앞세운 조방식 약탈농업이었다. 이런 미국식 조방 농업은 광대한 토지를 기반으로 하고 노동력 대신 농약 비료 기계 덕에 높은 노동 생산성으로 값싼 농산물을 양산해 왔다. 이로 인해 퇴비와 자연 생태로 토지 생산성을 기반으로 생산하는 우리나라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및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 도상국 대부분의 농업 기반은 파괴되거나 서방식 농업으로 일부 편입됐다. 그러나 약탈 농업은 지금의 기후 위기 시대에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비대해진 현대 축산업은 지구 기후 위기의 새로운 주범으로 비난받는다. 동물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사료 생산이 이용되는 토지이용 부문 탄소 배출의 주범이 바로 축산이다. 곡물 사료 생산을 위한 토지 이용이 작물 생산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5.6KG인데 반해 곤충으로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 0.15kg에 불과해 무려 170배나 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23%에 불과한 나라다. 이 한반도에 매년 지속적으로 식량의 대부분이 외국으로부터 수입된다. 특히 전량 수입되는 축산용 사료는 축분이 생태 순환되지 못하고 과포화되어 전 국토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유기성 물질인 식량 및 사료의 수입과 폐기물의 발생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악순환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에서 필요한 것은 본래의 토지 집약적인 복합 생태 순환 농업을 구축하고 탄소 발생의 주범인 화학비료와 농약을 추방하여 기후 중립에 다가서는 것이지 에너지 대책이 없는 스마트 농업이나 식물공장 같은 허울 좋은 첨단 농업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앞으로의 농촌 전략은 1) 생태 농업을 위한 새로운 설계 2)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공생 구조 3)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농업의 기능에 대한 보상 등 새로운 가치의 정립이 우선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식품 부산물, 축산 분뇨가 환경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료 비료 등 축산, 농업, 수산업의 자원이 되어 식품으로 환원되는 순환경제의 축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1조원 곤충산업, 순환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상

최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도 동애등에라는 사료용 곤충을 중심으로 하는 곤충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2020년부터 수년간 10억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돈이 벤처캐피털이 곤충 벤처에 투자됐으며 세계적인 식품 회사인 ADM은 프랑스의 세계 최대 곤충기업 이노바피드에 그리고 Talor Food 역시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의 곤충기업 프로픽스에 투자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각광받는 곤충산업의 총아는 동애등에라는 곤충은 전 인류적으로 문제인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축산업과 수산업에 필요한 어분 등을 대체할 양질의 사료용 단백질을 생산하여 사료비용을 15% 나 절감할 뿐 아니라 배설물인 분변토는 상업용 화학비료보다 14%나 수확을 늘리는 친환경 비료로 활용된다고 최근 발행된 순환경제 보고서 중 하나인 “Circularity Report 2024”는 밝히고 있다.

또한 동애등에는 서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연 1억2500만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여 8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는 곤충에게 먹이로 제공하는 것과 동일하므로 48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생선과 옥수수를 공급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의 모든 돼지, 염소, 닭 등 가축과 수산에 필요한 조단백질의 14%에 달하는 양의 사료를 공급할 수 있고 1800만 톤의 배설물인 분변토 비료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적이고 오염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동애등에라는 곤충을 이용해서 탄소 배출과 질병의 원인으로 문제가 되어왔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 표준국은 새로운 국가 표준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문제, 토지이용변화, 동물 사료 비용 급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산업에 필요한 세 가지 국가표준을 승인함으로써 곤충 사육자들에게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고 환경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비즈니즈 인증과 제품 인증서를 얻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곤충기반 제품의 케냐 및 그 이외 지역의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케냐는 이미 연간 3만3000개의 추가 일자리가 늘었고 약 320만 명의 빈곤을 줄였다고 한다. 이 결과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며, 특히 여성이나 청년이 주도하는 농업벤처의 희망이 되고 있다.

 

동애등에 곤충산업, 한국의 선두 주자가 실패한 이유?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 자원화는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100%에 육박한다. 그러나 실제 자원화 비율은 높지만 화학적 물리적으로 사료화 비료화 한 결과물은 안정성과 상품성이 낮아 판매가 안되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음식물쓰레기의 동애등에 처리는 꽤 주목받을 만한 사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던 동애등에 곤충기업은 전북 김제의 ㈜씨아이이에프다(CIEF). 이 기업의 대표는 기계공학과를 나와 기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2003년 정년퇴직한 후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2016년 CIEF를 설립했다. 2018년 시설 자금이 필요한 CIEF는 산업은행에서 주최한 IR행사를 통해 만난 농식품펀드를 통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15억원)와 패스파인더에이치(10억원)의 펀드를 통해 25억원을 투자받고 2017년부터 3년간 세 차례의 추가 투자로 총 85억원에 상당하는 투자를 받아 당시 세계 최대의 자동화 충 사육 가공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는 농촌과학원과 곤충산업과와 수산과학원이 나서서 양식사료 실험 등을 지원하였고, 퇴비 인증 및 사료 가치 평가 등의 성과가 있었다.

CIEF는 2020년 1만6000평의 면적에 350억원을 투자해 곤충 애벌레를 생산하는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음식물쓰레기를 하루에 1000톤을 처리할 수 있고 80여 명의 생산인력이 근무하고 있다고 국내 여러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 회사는 당시 77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으나 불행히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2020년 매출은 10억원에 불과했고, 이듬해 21년에는 25억원을 상회했으나 2022년 21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언론을 통해 전한 “배합사료 회사 원료 공급, 정부 보조사업, 해외 수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2년 말 회사는 누적 적자규모 250억원을 넘겼다.

이 회사의 이런 적자경영 결과는 참혹한 재무 상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재무제표상에는 350억원을 투자한 근거가 없다. 이미 2022년 말 자본총계는 -14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부채규모는 208억원에 달하고 자산은 64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나마 자산 역시 토지는 없고 건물 기계 시설 장치뿐이라 자산가치는 0으로 수렴하는 반면 부채는 악성 유동성 부채이며 채권자의 피해는 불을 보듯이 뻔한 상태가 됐다.

국가 정책 자금이 투입되고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이 업체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해외기업들과 달리 왜 폐업 상태로 망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나라 곤충산업 선도 업체의 실패가 주는 교훈

CIEF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창업 2년 만에 CIEF의 장밋빛 전망은 일 100톤 규모의 대형화를 감행하게 했고 결국은 시행착오와 판매 부진이라는 두 가지 암초에 부딪쳤다. 앞서 보았듯이 300억원이 넘게 투자됐다는(이 또한 허위 과장에 불과하지만) 회사는 투자 이후 5년이 지나도 연 25억원의 매출이 최고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생산된 사료와 비료의 판매 확보 없이 대량생산 투자한 결과를 설명해 준다. 

언론을 통해 과장된 곤충산업의 화려한 출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물을 다루는 장치의 자동화는 녹록하지 않다. 베일에 가려진 이 곤충 사육 농장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고 언론에는 노 벤처기업가에 대한 칭송과 장밋빛 전망뿐이었다. 그러나 100톤 처리에 무려 80여 명의 근로자가 투입된다는 기사를 보면 얼마나 자동화 개념이 미흡했는지 알 수 있다. 수입은 톤당 처리비는 5만원 선이다. 100톤 처리 수입은 하루 500만원에 불과해 일 8만원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일 80여 명의 임금 640만원에도 못 미친다. 부산물인 사료와 비료 판매 수입이 100% 정상화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00톤 처리로 얻는 연간 수익은 얼마일까?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로는 톤당 5만원에서 최대 6만원의 처리비를 받는다. 100톤을 처리하면, 약 35톤의 분변토와 20톤의 유충 단백질 사료가 매일 쏟아져 나온다. 이 분변토와 사료의 가격과 판매량이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악취 문제에도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쓰레기의 처리 과정에 반드시 발생하는 악취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기사에 번번이 악취 민원이 제기되었던 것을 보면 악취 문제 대책이 부족했거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서두에서 네덜란드의 사례를 짚은 것은 허황되고 포장되지 않는 네덜란드 농업의 본질을 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세계 1류 농업 국가로서의 첨단 기술만 보지만, 사실 그들은 첨단이 아니고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 본질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친환경성은 못 보고 첨단만 베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첨단이란 말과 대형화 자동화에 속아 성급하게 그 안에 내포된 문제를 간과하고 서두르는 우리나라 실패 기업과 여기에 편승하여 홍보성 기사를 내기에 급급한 언론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는 것이다.

정반대 상황도 있다. 경기도 안성 미양 곤충단지에는 이후팜이라는 곤충 사육 농업회사 법인이 있다. 원래는 돼지 농장을 하다가 동애등에를 통한 축분 처리에 매력을 느끼고 6년여 간의 연구와 실제 경험을 통해 아예 돼지 농장을 접고 동애등에 사육에 전념하고 있다. 이 농장은 부모님 두분과 아들 세 가족이 매달려 이제는 1일 3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동애등에라는 사료용 곤충이 먹어치우고 1톤의 분변토 (천연 퇴비) 및 600kg의 유충을 생산하고 있다.

이 농장의 자동화는 아주 특이하다. 처음에는 이 업체도 크레인을 통한 기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자동화 기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게차를 이용해서 사육상을 이동시킨다. 하루 3톤의 규모로 충분히 검증한 이 방법은 대형화하면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후팜은 일 30톤 규모가 되면 로봇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패한 CIEF 사례와의 가장 큰 차이다. 

유충과 분변토 선별기도 6년간의 자체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했다. 한편 쓰레기 1톤에 200키로 생산되는 유충의 처리 문제도 접근이 다르다. 사료화의 첫 번째 관문은 배합 비율이 아니라, 유충을 가장 안전하고 유효 성분이 잘 보존하여 최상품 단백질을 유지하는 건조 기술이다. 최상의 건조 상품을 만드는 것이 단백질 사료 판매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곤충농가는 사료회사가 원하는 최상의 유충단백질을 생산해야 한다. 배합 등은 사료회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농가는 최상의 건조 유충 단백질 생산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생산된 분변토의 소비자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이다. 인천 무의도에는 실미원이라는 생태 농업을 통해 미래 농업을 제시하는 신지식인 1호인 실미원의 신순규 농부는 오래전부터 이후팜에서 생산한 분변토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우리나라 비료 기반 농업과 스마트 팜 양액 재배의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던 신순규 씨는 우리나라 딸기 토마토 등 유망 과채류 농업에서 퇴비로서 이 분변토가 대안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한편 이후팜은 돼지 축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언제든 축분 처리도 가능한 상태다. 축분도 곤충사육을 통한 생태가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축분은 전 국토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축분이 비료가 안되니 비료를 화학 비료로 충당하고, 이로 키워진 불완전한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거의 전량 축산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 수입된 사료를 먹고 배설된 축산 폐기물의 친환경 순환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인 곡물 교역에 의해 순환 먹이 생태가 단절이 되고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탐욕이 낳은 가장 큰 비극은 바로 먹이가 되어야 할 것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지구는 병들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은 환경대로 파괴되고, 비료는 비료대로 화학비료로 탄소로 만들어진다. 축분으로 인한 환경오염, 그리고 인간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오염이 반대로 척박한 사막에 사용되면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비료가 되는데 말이다. 이후팜은 이를 해결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모델은 이제 지역 순환경제의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안성 시내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와 안성의 돈가에서 나온 축분을 처리하면 시는 음식물쓰레기, 양돈 농가는 축분 처리 문제에서 해방된다.

곤충이 생산한 사료는 바로 지역 내 양어장, 양계, 양돈 농장에서 사용하고 곤충이 생산한 분변토와 양어장에서 나온 물은 또 인근 농장의 비료로 순환 먹이가 된다. 이제 어느 것 하나 폐기물이 아니라 곤충에 의해 지역 내에서 고귀한 자원으로 순환되면서 수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 순환농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국 선진농업 국가로 자처하는 나라의 약탈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미국 농무성 관료가 아시아 각국을 시찰하며 본 것을 적은 “사천년의 농부”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이미 서구 약탈농업은 생명을 다했다. 반면 4000년을 이어온 아시아의 순환형 지속가능한 생태 농업은 이제 약탈형 농업의 틀에서 벗어나 동애등에 곤충산업을 축으로 부활할 것을 기대한다. 스마트 팜의 환상을 버리고 생태 농업, 지역 순환 농업에서 새로 시작해야 미래가 보인다.


☞이인형 운영위원은 

이인형 운영위원은 ESG를 통해 사회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시민중심의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인 (사) ESG KOREA 운영위원이다. 이인형 운영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