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ESG 공시 의무화하나... 증권거래위, ESG 전담 정책고문 신설 발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SG 이슈를 전담할 고위 직책을 신설했다. 증권거래위는 “기후 및 ESG 이슈를 다루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고 사탐 칸나(Satyam Khanna)를 수석 정책고문으로 임명했다”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증권거래위의 앨리슨 애런 리 위원장 직무대행은 “사탐 칸나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 큰 의미를 지닌 기후위기와 ESG 개발과 관련한 증권거래위원회에 조언하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진전시킬 것”며 “이 문제에 대해 전담 고문을 두게 되면, 증권거래위원회 전체에 걸쳐 규제 프레임워크와 ESG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칸나씨는 최근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NYU)의 기업지배구조금융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바이든-해리스 대통령직인수위의 연방준비제도, 은행 및 증권감독기구 검토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전에 SEC의 투자자 자문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유엔 책임투자원칙의 선임고문을 지냈다. 그는 미 재무부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B)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로써 ESG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과 금융부문에 ESG와 기업규제 등에 한층 더 강하게 개입하는 시그널이 더욱 명확해졌다.
SEC의 신임 위원장으로 선임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또한 대표적인 규제론자다. 그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월가 금융맨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절감하고 금융 규제 찬성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맡아 금융상품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현지 언론들은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탄소배출량, 이사회 다양성 등 ESG 지표를 더 많이 공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지속가능보고서에 자신들이 공개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SEC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이슈일 경우에만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일부 기업들의 비재무 데이터는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거래위가 ESC만을 전담으로 하는 직책까지 신설한 것은 향후 미국의 ESG 공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흐름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증권거래위의 투자자 자문위원회의 투자자-소유자 소위원회는 “공시 요건에 ESG 요인과 관련된 ‘중요하고, 의사결정에 유용하며, 비교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 권고안은 또 증권거래위에 대해 “다른 관할권(지역)에서 미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공시 제도를 부과하기 전에 ESG 공시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증권거래위원회가 투자자에게 ESG와 관련한 공시요건을 따로 정할지, 아니면 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든 ESG 보고 및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장 미국 유명한 기후금융·환경 NGO인 세레스(CERES)는 사탐 칸나가 ESG 수석 정책고문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보도자료를 내고 “기후위험 공시를 의무화하고 기후변화를 제도적인 재무위험으로 다루는 길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레스는 기후 위험공시에 대한 SEC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Ceres Accelerator for Sustainable Capital Market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 부문은 현재 이들 은행이 규제 당국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기후위험에 노출 돼있다. 그동안 별 움직임이 없던 미국은 최근에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위험(리스크) 요인 목록에 포함시켰고, 중앙은행의 기후변화관련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NGFS는 기후변화와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를 위한 모범관행 공유,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 지원 등을 목적으로 2017년 12월 설립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자발적 협의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새로운 기후감독위원회를 신설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후 이슈를 주도하고 재무부에 기후 ‘허브’를 설립할 매우 고위급 인사를 임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