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향하는 금융사에 하나금융만 리턴?
농협금융지주 ‘탈석탄’ 선언... 하나금융지주만 아직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농협금융지주까지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제로 카본 드라이브’ 추진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신한금융그룹까지 포함하면 하나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모두가 탈석탄에 시동을 건 셈이다.
농협금융은 ‘2021 경영전략회의’에서 ‘ESG 전환 2025’ 비전을 선포하고 앞으로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채권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SG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내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를 신설하고, 손병환 회장 주관 ‘ESG 전략협의회’도 신설키로 했다. 기존 ESG 실무 전담 조직인 ESG 추진팀은 ESG 추진단으로 격상된다.
손 회장은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며 시대 흐름에 앞서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농협은 곧 ESG'라는 공식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적도원칙 가입한 ‘국민은행’
국민은행도 신한은행 다음으로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했다.
적도원칙이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을 경우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 금융기관 사이의 자발적 협약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로 적도 부근 열대 우림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적도원칙은 미화 1000만 달러 이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미화 5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대출 등에 적용된다. 적도원칙을 채택한 금융기관들은 신흥국 PF 대출시장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적도원칙 가입을 선언하고 해외 금융사 벤치마킹 및 GAP분석, 로드맵 수립 및 개선과제 도출,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 개발 등 단계별 프로세스 구축을 준비해 왔다. 앞으로 적도원칙 이행 내용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발간할 방침이다.
탈석탄 행렬에 하나은행만 ‘리턴’?
KEB하나은행이 국내 민간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약 2000억원의 대출을 약정하면서다. 네덜란드 소재 기후금융 전문 NGO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녹색지분투자원칙(Green Equity Approach)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금융공사(IFC)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6년간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총 1880억을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기후금융 NGO인 뱅크트랙은 “하나은행은 2014년부터 3년간 석탄 관련 주요 기업인 인도의 아다니 그룹, 중국의 화능집단공사와 화윤전력, 대우건설과 일본의 마루베니 등에 약 700억원 가량을 투자해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전력이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 붕앙-2,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에도 국내 민간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IFC의 '녹색지분투자원칙(GEA)‘ 시범기관으로 선정돼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위반 시 어떤 제재가 가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GEA 참여기관은 IFC가 투자하는 조건으로 탈석탄 계획과 함께 석탄 관련 자산 비중을 2030년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하나은행은 GEA 시범기관으로 선정돼 약 167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이에 네덜란드 기후금융 전문 NGO 리코스(Recourse)는 “하나은행이 GEA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IFC에 진정을 제기했다. 케이트 기어리(Kate Geary) 리코스 캠페인 국장은 “지난 50년간 KEB하나은행에 크게 투자해온 IFC가 탈석탄으로 선회한 이상 KEB하나은행도 조속히 석탄산업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기후금융 논의는 탈석탄을 넘어 탈화석연료를 향해가는데, 하나금융그룹은 가장 기본이 되는 탈석탄 선언도 하지 않고 오히려 신규 석탄화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재무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협력하는 국제기관과의 신의의 차원에서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IFC는 NGO에게 보낸 답신을 통해 “IFC는 GEA를 통해 파리협정 목표를 지켜나가기 위해 투명한 협력체계 하에서 은행들의 석탄투자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KEB하나은행의 석탄산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