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거 압승 노동당 정부, 육상풍력 2배, 태양광 3배, 해상풍력 4배 공약

2024-07-09     유인영 editor
이미지=키어 스티머 영국 총리 X(트위터)

5일(현지 시각)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하원 650석 중 412석을 얻어 압승하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영국 총리로 취임함에 따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가디언 등 외신은 노동당의 선거 공약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해 분석했다.

리시 수낙의 보수당이 친환경 정책을 유보하고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가계 비용을 강조하는 주장을 펼친 것과 반대로, 노동당은 영국을 '청정에너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핵심 공약을 발표하고 저탄소 개발을 원칙으로 삼았다. 새로운 정부의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으로는 전 노동당 대표를 역임했던 에드 밀리밴드가 임명됐다. 

블룸버그는 스티브 베이커, 안드레아 젠킨스, 제이콥 리스-모그 등 넷제로 계획에 비판적이었던 보수당 의원 대부분이 낙선했다고 전했다. 베이커는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 넷제로 감시 의원 모임의 설립을 도왔고, 젠킨스는 넷제로를 "실행 불가능", 리스-모그는 "친환경 광신주의"라고 언급했다. 

 

2030년 전력 생산 탈탄소 목표…육상 풍력 2배, 태양광 3배, 해상 풍력 4배

노동당의 청정에너지 공약 중 2030년까지 전력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는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으로 꼽히고 있다. 작년 영국 전력 공급의 약 33%는 화석 연료에서 공급됐다. 32%는 가스 발전, 1%는 석탄 발전이었다. 이러한 화석 연료 발전소의 대부분을 대체하려면 저탄소 발전의 극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노동당은 2030년까지 육상 풍력을 2배, 태양광을 3배, 해상 풍력을 4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 발전과 수소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가스 발전소의 전략적 비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을 위한 복잡한 승인 절차의 간소화와 일부 지역 주민들의 프로젝트 반대에 대한 대응도 개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노동당은 원자력 발전소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송전망 개선도 약속했다. 

석유·가스 부문은 노동당과 보수당의 공약이 극명하게 달랐다. 수낙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국민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북해 석유 및 가스 생산을 최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스타머 정부는 북해 추출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새로운 면허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친환경 정책…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친환경 일자리

노동당은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132억파운드(약 23조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이전 정부 공약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태양 전지판, 배터리 및 주택 단열재에 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이 포함된다. 

노동당은 수낙 전 총리가 2035년으로 연기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복원할 예정이다. 스티머 정부는 영국을 전기차 개발 및 제조의 허브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영국의 전기차 판매는 신차 판매의 16.5%에 불과했다.

노동당은 선거기간 동안 친환경 일자리를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결집했다. 노동당은 친환경 정책으로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6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부터 연간 최대 5억파운드(약 8900억원)가 할당되는 '영국 일자리 보너스'를 통해 청정에너지 개발업체의 일자리 창출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노동당은 또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수익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과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 / 영국 노동당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그레이트 브리튼 에너지’ 설립

스타머 총리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세를 연장 적용하고 이를 재원으로 영국 전역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공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튼 에너지(GB에너지)’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GB에너지는 청정에너지 기술 및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지방 당국에 대한 자금 지원과 지역 사회를 위한 저비용 대출을 통해 지역 청정에너지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GB에너지라는 이름은 전력 부문의 국유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공적 자금의 사용은 제한적일 예정이다. 스타머 정부는 GB에너지에 향후 5년간 83억파운드(1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추가 필요분은 민간 금융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에너지 전환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민간 금융은 많다"고 전직 정부 에너지 자문관이자 현재 컨설팅 회사 플린트 글로벌의 파트너인 조쉬 버클랜드는 말했다.

영국의 독립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에 따르면, 영국이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을 대부분 탈탄소화하고 2035년까지 완전히 탈탄소화하려면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에 연간 약 150억파운드(약 27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GB에너지, 국부펀드를 통한 민간 투자 촉진

스타머 정부는 GB에너지와 국부펀드를 통해 민간 부문 투자를 촉진할 예정이다.

73억파운드(약 13조원)가 투입될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는 청정에너지 촉진을 위한 전략 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공적 자금 1파운드가 투입될 때마다 3파운드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의 3분의 1 이상은 철강 산업에 배정되며, 이 외에도 항만, 전기차 배터리, 탄소 포집, 친환경 수소 등 부문에 투자될 예정이다.

런던금융특구(City of London) 정책 위원장인 크리스 헤이워드는 로이터에 "영국을 청정에너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노동당의 야심을 실현하려면 민간 부문 금융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국내 인프라 투자에 대한 새로운 인센티브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에 민간 자본이 대거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선거 기간 동안 금융계에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런던금융특구는 이번 선거 결과 보수당 지역구에서 노동당 지역구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