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분해로 만드는 무배출 시멘트...석회석, 화석연료도 필요 없어

2024-07-12     이재영 editor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혁신적인 화학적 공정을 도입, 탄소 배출 없이 시멘트를 생산하는 서브라임 시스템(Sublime Systems)를 소개했다.

시멘트는 현대 사회를 이루는 인프라의 기초로, 시멘트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에 달한다.   

 

전기분해 공정 도입… 석회석, 열가마 필요 없어

시멘트 산업은 탈탄소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산업이다. 일반적인 시멘트 제조공정은 주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하여 분쇄, 다른 원료와 혼합한 후 거대한 가마에 넣고 화석연료를 사용, 초고온(약 섭씨 1450도)으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석회석은 높은 온도에서 분해되면서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핵심 성분인 산화칼슘(CaO)와 이산화탄소(CO2)로 분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서브라임의 시멘트 제조 공정 구조도 / 서브라임

서브라임 시스템은 친환경 시멘트 생산을 위해 기존의 열공정을 버리고 화학적 방식을 도입했다. 전기분해를 통해 칼슘을 함유한 광물에서 산화칼슘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고온을 발생시키기 위한 화석연료도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석회석도 필요 없다. 탄소 배출 없는 시멘트 생산이 가능한 이유다.

서브라임 시스템 최고경영자(CEO) 레아 엘리스(Leah Ellis)는 “우리는 화석연료와 석회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 경로를 피할 수 있다”며 “전기화학 방식은 상온에서 광물을 분해함으로써 석회석이 아닌 칼슘을 함유한 광물에서 시멘트 주 원료를 추출해낸다”고 밝혔다. 엘리스 CEO는 이러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 자체가 없는 진정한 탄소 제로를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전기분해 시멘트 제조는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CNBC는 기후 친화적인 기업들은 충분히 친환경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업체 WS디벨롭먼트(WS Development)은 건설 중인 오피스빌딩 '원 보스톤 워프 로드(One Boston Wharf Road)' 1층 공용 공간에 서브라임의 시멘트를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 3월 미국 에너지부(DOE)는 초당적 인프라법(BIL)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해 서브라임에 8700만달러(약 1199억원)를 투자했다. 상업용 대량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서다. 이외에도 로우 카본 캐피털(Lower Carbon Capital), 엔진 벤처스(Engine Ventures), 에너지 임팩트 파트너스(Energy Impact Partners), 프라임 임팩트 펀드(Prime Impact Fund), 시암 시멘트 그룹(Siam Cement Group) 및 MCJ 콜렉티브(MCJ Collective) 등이 4500만달러(약 620억원)를 투자했다.   

엘리스 CEO는 서브라임의 무배출 시멘트가 광범위한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석회석으로 만들어지는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를 위한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만톤 이상의 청정 시멘트가 생산된다. 미국 연간 시멘트 생산량은 약 9000만톤 정도다.

 

이산화탄소 품은 산업폐기물, 새로운 건축 자재로 재탄생    

탄소 포집 및 저장(CCUS)에서도 시멘트 부문의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현지시각) 글로벌 인증기관 DNV는 산업 배출량 감축 및 폐기물 처리 전문기업 카본8(Carbon8)의 새로운 이산화탄소 포집 방법론을 승인했다.

일반적인 CCUS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격리해 저장하거나 합성연료 등의 원료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카본8은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시멘트, 철강 등 산업 폐기물에 저장시킨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광물 탄산화 과정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광물과 반응하여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 등 탄산염 광물을 형성하게 된다. 주로 산성비나 지표수에 용해된 이산화탄소가 암석과 만나면서 진행되는데, 이는 매우 느린 지질학적 과정으로 장기간에 걸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카본8는 이러한 탄산화 과정을 인위적으로 가속화하여 산업 및 건설폐기물과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반응시키고 있다. 이렇게 생성된 탄산염 광물은 시멘트 블록, 도로 포장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DNV는 카본8의 새로운 공정이 ISO 14064 Part 2 표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산업폐기물을 탄소를 흡수한 건설 원자재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건축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