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에너지 전망, 넷제로 시나리오와 한참 떨어진 현재 궤도

2024-07-12     유인영 editor
‘에너지 전망 2024’ 표지 / BP

10일(현지 시각) 메이저 정유사 BP가 ‘에너지 전망 2024(Energy Outlook 2024)’를 발간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했다.

 

석유 수요 내년 정점 도달

BP는 보고서에서 ‘현재 궤도 시나리오(Current Trajectory)’와 ‘넷제로 시나리오(Net Zero)’를 바탕으로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궤도 시나리오는 이미 시행 중인 기후 정책과 탄소 감축 서약을 기반으로 하는 시나리오이며, 넷제로 시나리오는 파리 기후 목표 달성에 부합하도록 기후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시나리오다. 

두 가지 주요 시나리오 모두 석유 수요가 내년에 정점에 도달하고 풍력 및 태양 용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로 화석 연료의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2020년대 중반에 정점에 도달한다. 

탄소 배출 전망 / BP

특히,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석유 수요는 2025년에 하루 약 1억2000만 배럴로 정점에 달하고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과 운송이 침체에서 벗어나고 신흥 경제국들이 석유화학 원료 소비를 늘리면서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배럴 이상의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궤도대로 가면 2040년 초반 '탄소 예산' 소진

2020년 이후 누적 CO2 배출량과 IPCC 탄소 예산 / BP

그러나 두 시나리오의 차이는 정점 이후 감소의 속도에서 나왔다.

넷제로 시나리오와 현재 궤도 시나리오는 차이는 현재 궤도가 기후 목표를 상당히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BP는 넷제로 글로벌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석유 사용량이 하루 약 3000만 배럴로 70% 이상 급감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궤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석유 소비량은 이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전기자동차의 보급과 연비 개선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하루 75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궤도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도로 운송에서의 석유 사용 감소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플라스틱, 섬유 및 기타 석유 기반 소재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원료로서의 석유 사용이 증가하여 상쇄된다.

현재 궤도 시나리오에 따른 추세가 204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다면 세계는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로 제한하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인 '탄소 예산'을 소진할 수 있다고 BP는 경고했다. 

 

2023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 2019년 대비 약 50% 증가,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최근 몇 년간 매우 빠르게 증가하여 2023년 약 1조9천억달러(약 2620조원)로 2019년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태양광 모듈의 가격이 지난 4년간 약 60% 하락하는 등 지속적인 비용 하락은 태양광 사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은 현재 궤적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현재 수준의 약 8배, 넷제로 시나리오에서는 14배 증가한다. 2035년까지 신규 용량 건설은 중국과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어 신규 용량 증가분 중 약 30~45%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풍력 및 태양광 용량 예상 추이 / BP

한편, BP는 지난 4년 동안 경제 활동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이 연평균 1%밖에 감소하지 않는 등 에너지 산업의 효율 개선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는 지난 10년보다 느린 속도이며 COP28에서 에너지 효율성 서약에서 목표한 연간 4% 감소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BP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일정 기간 현재 궤적에 따라 움직이다 그 이후 2°C 탄소 예산 달성에 부합하는 충분한 정책과 조치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감축하는 ‘무질서 시나리오(Disorderly)’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경로는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