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정부, 태양광 '옥상 혁명' 계획…대규모 발전소 3곳 승인
노동당 정부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승인하고 주택 태양광 패널 설치를 지원하는 '옥상 혁명' 계획을 발표했다고 13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12일(현지 시각)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승인했다. 링컨셔주의 게이트 버튼 태양광 농장은 최대 530메가와트(MW), 서퍽주-캠브리지셔주의 수니카 태양광 농장은 최대 500MW, 링컨셔주-러틀랜드주의 말라드 패스 태양광 농장은 최대 350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에너지 컨설턴트인 해미시 비스(Hamish Beath) 박사는 "세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약 1.35기가와트(GW)로, 현재 태양광 발전 용량의 거의 1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6월 말 발표된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23년 기준 15.9GW이다.
승인이 발표된 태양광 발전소는 주로 영국 동남부에 위치했다. 현재 영국 재생 에너지원의 전력은 대부분 북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수요가 많은 남부로 송전되고 있다. 영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재생 에너지의 지역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식량 안보와 에너지 저장 장치 안정성 이유로 반대
하지만 이번 승인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 러틀랜드주의 보수당 의원인 알리샤 컨스(Alicia Kearns) 의원은 맬러드 패스 태양광 농장을 승인하기로 한 결정에 "완전히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농장으로 인한 농지 손실이 영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밀리밴드 장관이 과연 세부 사항을 논의했고 모든 문서를 읽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빠른 승인을 비판했다.
서퍽주의 보수당 의원인 닉 티모시(Nick Timothy)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번 승인이 "지역 사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해당 부지에 계획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향후 60년 동안 약 9만2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승인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송전망의 개선이 신속하게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간다 스리바스타브(Sugandha Srivastav) 박사는 "혼잡한 송전선으로 인해 북부에서 남부로의 전력 공급이 종종 축소된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 태양광 표준 도입 방안 검토
한편, 밀리밴드 장관은 13일 "태양광 옥상 혁명(solar rooftop revolution)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하며, 주택 태양광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밀리밴드 장관은 영국의 수백만 가구에서 주택 태양광을 통해 스스로 전기를 공급하여 요금을 절감하고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건축업자와 주택 소유주를 어떤 방식으로든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신축 건물에 태양광 관련 표준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 태양광 패널 설치에 대한 여러 제한 사항도 재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건물의 위치와 높이에 대한 제한, 보존 지역과 등록문화재(listed buildings)에 대한 제한 등이 재검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노동당은 2030년까지 육상 풍력을 2배, 태양광을 3배, 해상 풍력을 4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달 5일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은 지난주 새로운 육상 풍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보수당 정부의 사실상 금지 조치를 철회한 데 이어 태양광 농장 승인까지 기후 공약의 발 빠른 이행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