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정전 피해 속출…전력망 투자 급선무

2024-07-17     유인영 editor
이미지=언스플래쉬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전력망이 처한 위험에 대해 보도했다.

6월 말 발칸반도의 알바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는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주 미국은 허리케인 베릴의 여파로 수백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허리케인이 물러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단전 상태까지 이어져 인명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기과학과는 올해 대서양에서 25개의 폭풍이 발생하고, 이 중 12개는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전 사태는 전력망이 기후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력망은 송전탑을 무너뜨리는 홍수,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 저수지의 건조,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급증에 노출되고 있다. 고온으로 인해 전선이 늘어지고 변압기가 과열되면 전력 장비가 고장 나고 화재 위험도 커진다. 또한, 극심한 더위는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떨어뜨려 전력 공급을 압박한다. 

불안정한 전력망은 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멕시코 푸에블라에 있는 폭스바겐 제조 공장은 폭염으로 인한 정전으로 5월과 6월 가동 중단을 겪었다. 전력 시스템이 불안정한 많은 국가에서 기업들은 운영을 위해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등 값비싼 해결책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 2030년까지 전력망에 100조원 투자 필요

기후 대응을 위한 청정에너지 공급 증가도 전력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운송 수단을 통해 수요처에 공급되는 석유, 석탄, LNG 등 화석 연료와 달리,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송전망은 도시 근처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도시 외곽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적합하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향후 20년 동안 글로벌 전력 용량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지난 20년 동안은 40% 미만이었다. 지난 시대의 전력망으로는 현시대에 공급과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말이다. IEA는 2040년까지 현재 세계 전력망 길이와 동일한 총 8000만km가 넘는 전력망을 추가하거나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030년까지의 전력망 투자 지출 추정치 / 블룸버그NEF, 세계은행

블룸버그NEF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망을 확장하는 데는 약 24조1000억달러(약 3경3000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재생 가능한 전력 생산에 필요한 투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력망에 투자해야 하는 지출은 739억달러(약 102조원)로 추정됐다.

중국과 미국은 국토 면적과 높은 에너지 사용량으로 인해 전력망 투자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력망에 투자해야 하는 지출은 각각 1조2000억달러(약 1700조원), 1조달러(약 1400조원)으로 추정됐다.

중국은 녹색 전환을 위해서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앞으로 6년간 8000억달러(약 1109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전력망 강화를 위한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5월에는 송전 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