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속가능금융공시(SFDR), 의무보고사항 32개에서 18개로 대폭 축소

2021-02-08     박란희 chief editor

 

오는 3월 10일부터 유럽연합(EU) 역내에 적용되는 ‘지속가능금융공시(SFDR·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이하 SFDR)’의 이행방안에 관한 기술표준을 담은 최종 보고서가 4일(현지시각)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EU 역내의 은행,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금융서비스 부문이 의무공시해야 하는 지표의 숫자가 32개에서 18개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의 3개 금융당국인 EBA(유럽은행감독청), EIOPA(유럽보험연금감독청), ESMA(유럽증권감독청)의 공동위원회는 이날 유럽 집행위원회(EC)에 규제기술표준(RTS)초안을 포함한 최종보고서를 전달해, SFDR의 구체적 내용, 방법론 등을 전달했다. 

2018년 3월 발표된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에서 제시된 과제 중 하나인 이 규제는 금융기관들이 ESG(혹은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펀드에 상세한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그린 워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때문에 EU 택소노미(Taxonomy, 친환경 분류법)는 SFDR의 자매규정으로 불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자산운용사의 투자 상품이 지속가능성 요소에 미치는 주요 부정적 영향(PAI, Principal Adverse Impacts)을 기업 웹사이트에 공시해야 한다. 의무보고 사항으로는, ▲실사(Due diligence) 정책을 설명하는 금융기관의 웹사이트 공시 ▲지속가능성 요인에 관해 투자 결정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환경 관련 영향, 사회 분야 부정적 영향(직원 문제, 인권 존중, 부패 및 뇌물방지) ▲제품의 환경적, 사회적 특성에 관한 사전 계약정보가 해당 특성과 일치하는지 여부 ▲제품에 지속가능한 투자 목표가 있을 경우 표시할 계약 전 정보 ▲웹사이트의 금융상품 및 지속가능한 투자에 사용된 방법론 ▲관련 지표를 통해 금융상품이 환경 및 사회적 특성을 충족하는 정도 및 탄소배출 감소가 목적인 제품을 포함해 지속가능 투자 목표를 지닌 금융상품에 관한 정보 ▲지속가능한 투자목표를 크게 해치지 않는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이다. 최소 500명의 직원을 둔 기업들은 6월말까지 그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소규모 기업의 경우 ‘준수하거나 설명(Comply or Explain)’에 근거한 자율적인 선택사항이다.

애초에 초안에 포함됐던 지표는 탄소 배출, 탄소 발자국, 삼림 벌채 등 50가지로 구성되었으며, 이중 32개가 의무사항이었다. 하지만 보고 요건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금융권의 반발이 무척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당국은 이번 최종보고서에서 “초안에 대해 3000페이지가 넘는 서면자료로 165건의 응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럽 지속가능투자포럼(EuroSif) 또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지표들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역외 기업을 포함할지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때문에 새로운 초안 표준에는, 금융기관들이 의무보고 항목이 기존 32개에서 18개로 대폭 줄어들며, 강제 노동, 인신매매 등을 포함한 사회적(S) 기반 지표가 대부분 없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셰어액션(ShareAction)과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 그룹은 “업계의 요구에 너무 많이 굴복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지속가능투자포럼의 경우 “질이 좋지 않은 정보를 알리는 것만을 의무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SMA측은 현지 언론들에 “모든 공시는 최소 20가지 지표를 보고할 것이며, 18개의 필수 의무지표와 2개의 선택지표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현지언론들은 지난 2년 동안 관련 규정에 맞춰왔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스위스에 본사를 둔 자산용용사 B캐피털파트너스의 경우 수력, 풍력 등 지속가능 인프라 투자자산에 대해 지난해 이를 심사하기 위한 오픈소스 ESG 적합성 도구(tool)를 개발하는 등, SFDR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위원회(EC)는 향후 3개월 안에 최종 보고서 초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 중심의 요건은 3월 10일부터 시행되지만, 이번 최종보고서에 규정한 이행단계의 기술표준은 2022년 1월 1일로 시행이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