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금융배출량 1억5700만톤…배출량 관리지표 다각화와 인센티브 필요

2024-07-19     송준호 editor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에서 21.9%를 차지해 감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행한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전했다.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1년 1억6800만톤에서 2022년 0.7%, 2023년 5.8% 줄었지만 은행 자체 목표인 약 35%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2030년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규모는 26.7~26.9%까지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산업별 NDC가 정부 목표대로 달성되더라도 은행들의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2030년 중간목표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BOK이슈노트

 

금융배출량 감축하려면...세제혜택과 새 관리 지표 마련해야

국내은행의 기업신용 부문 금융배출량은 지난해 1억5700만톤으로 추정됐다. 은행권별로는 특수은행이 8000만톤으로 국내은행 금융배출량의 50.8%를 차지했고, 시중은행은 6650만톤으로 42.2%를, 지방은행은 1090만톤으로 6.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배출 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지목됐다. 제조업에서 발생한 금융배출량이 7620만톤으로 48.4%, 서비스업은 5160만톤으로 32.7%를 차지했다. 

금융배출량이 빠르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와 더불어 녹색금융상품이 활용될 수 있는 자본시장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상훈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서 국내 은행들이 금융 배출량을 단기간에 감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탄소배출 감축 유인이 적고 친환경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중심의 여신구조와 녹색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기준과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녹색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녹색전환 실천 여부에 대한 물음에 ‘하지 않음’으로 답한 비중이 85.9%에 달했고, 스스로가 녹색전환과 ‘관련이 없는 업종’이라고 답한 비중이 66.2%로 나타나는 등 중소기업의 녹색전환에 대한 필요성 및 인식이 부족한 상황으로 확인된다.

박상훈 과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금융배출량 관리 지표를 다각화하여 은행이 녹색금융상품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과장은 “은행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에 대한 신용공급을 축소하는 유인을 줄이기 위해 금융배출량 관리지표에 금융배출량 외 배출집약도, 탄소상쇄량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 과장은 “중견·중소기업의 녹색전환 활동에 높은 투자세액 공제율을 적용하거나 금융배출량 공시 기준과 녹색여신 취급 기준 등을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