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조 단위 운송·교통 투자 발표…중국·러시아 영향력 봉쇄
미국과 유럽 정부가 유럽 교통·운송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친환경 인프라 투자인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와 중·동부 유럽 기금인 삼해 이니셔티브 투자기금(Three Seas Initiative Investment Fund, 3SIIF)은 DFC가 제공하는 최대 3억달러(약 4100억원) 규모의 중·동부 유럽 에너지 및 교통 인프라 투자 중 첫 번째 지출을 발표했다.
삼해 이니셔티브(Three Seas Initiative, 3SI)는 2016년 발트해-아드리아해-흑해 국가 간의 연결성과 경제적 발전을 위해 구성된 중·동부 유럽 12개국의 협의체로, 2019년에는 중·동부 유럽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3SIIF를 설립했다. 역내 국가들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한 초기 투자 금액은 9억2800만유로(약 1조4000억원)이며, 2022년 미국은 3억달러 규모의 투자에 합의했다.
DFC와 3SIIF는 이번 투자를 통해 중·동부 유럽 삼해 지역 전역에 지리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와 운송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투자 지원 프로젝트와 투자 금액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중·동부 유럽 투자…러시아, 중국의 영향력 봉쇄 의도
DFC의 CEO 스콧 네이선은 "오늘 발표는 삼해 지역의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에너지 안보와 지역 경제 개발을 촉진하고 지정학적 유대 관계를 강화하며 유럽에서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전문 매체 유랙티브(Euractiv)는 미국의 중·동부 유럽 지원이 초당파적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삼해 이니셔티브 정상회담에 참석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1년 삼해 이니셔티브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유랙티브는 중국 정부의 유럽 지역에 대한 관심도 중·동부 유럽에 대한 미국의 투자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통해 중·동부 유럽 국가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 왔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헝가리에 160억달러(약 22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등이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리스 최대 항만이자 유럽의 6번째 컨테이너항인 아테네의 피레우스항에 대한 유럽 운송 인프라 투자도 눈길을 끈다.
EC, 기후 중심 교통 인프라 1조원 투자, 철도 프로젝트 80%
우크라이나-EU 수출입을 위한 ‘연대의 길’ 확대
한편, 1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기후 중심 교통 인프라에 대한 70억유로(약 1조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선정된 134개 교통 프로젝트는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한 ‘유럽연결사업(Connecting Europe Facility, CEF)’에서 EU 보조금을 받는다. CEF 교통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와 함께 18일부터 개정된 TEN-T 규정이 시행된다. 개정된 규정은 EU 내에서 지속 가능하고 회복성 있는 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TEN-T 네트워크의 모든 432개 주요 도시는 무공해·저공해 교통을 촉진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도시 교통 계획과 모니터링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금의 약 83%는 유럽 횡단 교통망(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TEN-T)을 따라 EU 철도, 내륙 수로 및 해상 경로를 개선하고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지원된다. 특히 철도 프로젝트가 70억유로 중 80%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자금은 발트 지역(레일 발티카), 프랑스와 이탈리아(리옹-토리노선), 덴마크와 독일(페마른벨트터널) 등 TEN-T 핵심 네트워크를 잇는 국경 간 철도 연결을 개선하는데 주로 투자된다.
아일랜드에서 폴란드에 이르는 유럽 전역의 약 20개 해양 항구가 인프라 개선 지원을 받는다. 해안가 전기 공급과 재생 에너지 운송에 대한 지원으로, 주요 수혜국으로는 아일랜드, 스페인, 핀란드, 네덜란드, 독일, 몰타, 리투아니아, 키프로스, 크로아티아, 그리스, 폴란드가 있다. 이 외에 수로, 도로, 항공 교통 프로젝트도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EC는 이번에 지원받은 여러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와 EU 간의 수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연대의 길(Solidarity Lanes)’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몰도바-루마니아 간 국경 통과 지점의 도로 운송 인프라 개선, 헝가리-우크라이나 철도 국경 통과 용량 증가, 폴란드의 도로 구간의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연장, 우크라이나 철도 시스템의 EU 통합을 위한 연구 등의 프로젝트가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