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읽기】3월 주총 관전포인트는 '주주 관여', 외양간 먼저 고칠 수 있을까

2021-02-09     박지영 editor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집중개최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 기관투자자들이 EHS(환경·건강·안전) 리스크가 큰 회사에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외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약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21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따라 올해 주주총회 관전 포인트는 EHS가 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이사회에 서면 또는 구두 방식으로 EHS 관리체계 강화, 점검내역 공개 등을 요구하고 ▲관행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주주관여를 통해 EHS 관련 제도 도입이나 관련 전문가 사외이사 영입을 요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산업재해 논란이 있는 포스코, CJ대한통운 등을 대상으로 공익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참여연대 측 이찬진 위원이 “ESG 취약 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자”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위원회 내 참여연대 측 위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으로 적극적 주주권리를 행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지배구조 취약), 포스코(환경오염), CJ대한통운(과로사),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사모펀드 사태 책임) 중 최대 두 곳에 수탁자책임위원회(수탁위)에서 정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포스코와 CJ대한통운에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대응 수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수탁위 위원들은 ▲기금위가 해당 기업과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해 오면 찬성과 반대만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게 맞고 ▲7개 기업 모두 중점 관리 대상 기업 선정 조건인 18점에 미치지 않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 기준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 등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는데 기준 점수인 18점을 넘어야만 비공개 대화, 사외이사 추천 등 적극적 주주 활동을 벌일 수 있다.

수탁위는 9일 대신경제연구소로부터 책임 투자 관련 용역 결과를 보고 받고 이후 두 차례 회의를 통해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탁위 위원 중 시민사회 측 위원은 “책임투자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주권 행사 수위는 지켜봐야 한다. 

 

도입 2년 넘었지만 여전히 저조한 주주관여 활동

사후 대응 하지만 그마저도 저조한 실적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활발한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 1년 이상인 국내 자산운용사 35개사 중 환경 또는 사회영역 관련 주주관여활동을 1건이라도 실시한 회사는 각각 4사, 7사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자산운용사는 ESG에 대한 이사회 차원의 책임을 중점 모니터링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반해 성과 측면만 지적하고 있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주주관여 활동은 주로 성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환경 이슈로는 ▲기후변화 리스크 ▲환경사고가 제시됐으며, 사회 이슈로는 ▲안전사고 ▲담합 ▲공급망 인권 ▲협력업체 공정거래 ▲고용평등 등 비교적 다양한 주제가 제시됐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환경·사회 주주관여활동 보고 현황/한국기업지배구조원 리포트 10권 12호 발췌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SK머티리얼즈 영주 공장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서면 질의를 통해 회사의 개선책을 확인했다. ‘가스 누출 사고 재발 방지 대책과 지역 경제 보상 방식’에 대한 질의에 SK머티리얼즈는 “안전개선 대책을 수립해 유관기관 및 주민대표에게 설명할 방침이며, SHE(안전·보건·환경) 관리 개선을 위해 TF를 조직하겠다”고 답변했다. 메리츠는 “실제로 SHE 실장 선임이 이뤄졌으며 재발방지 방안을 설명하는 등 개선에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의류업체의 공급망 및 평판 리스크에 대해 서면 질의를 했다. 의류업체 해외 거래사에서 노동자 인권 보호 및 처우 개선 문제로 법적 공방과 불매 운동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은 “베트남 법인 이슈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현지 노동법을 준수하고, 바이어 규정 이상으로 근로자 교육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노동권 침해 예방 노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기후변화 리스크가 큰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산업안전문제 노출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현황 및 계획과 산업안전관리 수준 및 개선책을 질의한 결과 기후변화 전담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단·중·장기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해외 자산운용사들, 선제적 관리로 기업 변화 이끌어 내 

성과 넘어 기업 체질 바꾸는 주주 관여 필요한 시점

해외 자산운용사의 경우 장기간 주주관여활동을 해왔고, 이사회 등 기업 고위 간부와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6148억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의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경우 영국 글로벌 경비업체인 G4S에 10년 간 지속적인 주주관여를 해왔다. 근로자 사망건수가 높아 안전보건 분야에 이슈가 있다고 판단해 선임사외이사·CSR 위원회 위원장·CEO·안전보건 책임자에 꾸준히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안전보건 지표 성과와 안전보건프로그램 경과를 점검하는 것 외에도 안전사고 공시 개선 및 CSR 데이터 수집의 강건성(robustness) 개선 요구 등 정보 공시 측면에서도 개입해왔다.

장기적인 주주개입으로 안전사고 지표가 크게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근로손실재해율(Lost Time Injury, LTI)이 2015년 8.5에서 2019년 5.7로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G4S는 이외에도 ▲CSR위원회 이사회 위원회로 격상 ▲안전보건 성과 이사회에 정기 보고 ▲사망사고 보고 체계 개편 ▲안전보건 성과 목표 도입 등이 변화가 이뤄졌다.

153억 달러를 굴리는 영국의 마틴 커리(Martin Currie)의 경우 기후 이니셔티브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하는지, ESG 이니셔티브가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과 보상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휘했다. 경영진에게 ESG 목표 도달을 위한 역할 설명을 요구하고, 기업 운영에 어떻게 ESG 목표가 적용되고 있는지 질의한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개선책 및 성과에 대해서만 질의했지만, 공시수준 개선 등 다양한 형태의 추가 요구도 필요하다”며 “Climate Action 100+ 등 국제 이니셔티브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