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산 기후 목표에 쓰지 마”… 예산 구멍 난 독일, 기업들은 “자금 공백” 아우성

2024-07-22     이재영 editor

위헌 결정으로 사상 초유의 예산 위기를 맞은 독일 정부가 기후변환기금(KTF)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독일 기업들이 새로운 기후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자금 공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11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예산 600억유로(약 90조7260억원)를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전용하기로 한 독일 정부의 2023~2024년 예산안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독일 정부가 기후변환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독일 기후 목표, 재정 건전성 앞에 “흔들”…

독일 정부가 심의 중인 3가지 개편안에는 2027년까지 기후변환기금을 완전히 폐지하고 국가가 직접 친환경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 기후변환기금 존립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룬 것이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가 독일의 기후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65% 감축, 2045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후변환기금은 전기차 충전, 전기 철도, 수소 프로젝트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 없이는 독일의 기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산 대란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독일의 '국가부채 제동장치(Debt brake)'다. 2009년 독일은 GDP의 0.35%까지만 신규 국채 발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독일 정부는 국가부채 제동장치를 2023년까지 4년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독일 내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등에 긴급 지원 예산을 할당했다.

본래 기후변환기금의 수익원은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로 발생하는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이다. EU 중앙정부는 매년 EU 전체 배출 허용량을 설정하고 EU ETS에 포함돼 있는 모든 산업 부문과 기업들의 총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중 일부는 산업 부문별로 무료로 할당되며,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경매 수익은 회원국 정부로 귀속된다. 독일 기업들에게 판매한 탄소배출권 수익은 독일 정부가 가져가는 식이다.     

2021년 출범한 연립정부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부채 제동장치가 중단되면서 임시 편성된 코로나19 회복 예산 600억유로(약 90조7260억원)를 기후변환기금으로 용도 변경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및 건설 보조금, 관련 산업 지원 조치 등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렇게 편성된 2023~2024년도 예산안에 2023년 11월 독일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독일 헌법은 승인된 목적 외의 용도로 예산을 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예산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독일 정부, 기후 예산부터 삭감…

기업들, 자금 공백 사태 우려

예산 위헌 사태에 각종 친환경 프로젝트들은 자금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2023년 12월 독일 연립정부가 ‘예산 구멍’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2024년 예산안 협상을 타결, 기후변환기금에 할당된 120억유로(약 18조1471억원)를 삭감하고 주택 소유자에 대한 환경 보조금도 축소한 것이다. 오염 산업군에 할당된 30억유로(약 4조5367억원)도 깎여 나갔다. 

블룸버그는 기후변환기금이 완전 폐지될 경우,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이 정부의 일반 예산으로 귀속되어 녹색전환 지원을 위한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지방공공서비스협회(Local Public Utilities) 회장 잉베르트 리빙(Ingbert Liebing)은 “2025년 이후에도 기금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들이 투자를 계획하려면 장기적인 안정성과 신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18일(현지시각) EU의 친환경 산업 정책 패키지 그린딜(Green Deal)의을 이끌어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찬성 401표, 반대 284표로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탄소 배출 억제 노력을 지원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단 EU 차원의 녹색산업 관련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