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연임 성공, 기후 정책 영향은?

2024-07-22     유인영 editor
이미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X(트위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18일(현지 시각) 유럽의회 인준 투표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체 720표 가운데 401표를 받아 과반인 360표보다 41표를 더 획득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인준 투표에 앞서 지지 세력이었던 친EU대연정에 분열이 생기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친EU대연정은 유럽의회 최대 다수당인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입장 차이를 보이는 정책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법안이다. EPP는 2035년 이후에 내연기관 차량에 E-퓨얼(e-Fuel)과 같은 무배출 대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S&D와 녹색당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위해서는 원안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투표에 앞서 공개한 정책 제안서에서 "기술 중립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E-퓨얼을 포함하는 개정에 대해 지지를 밝혔다.

결국 중도 정당들은 극우파 배제를 위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에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의견 차이로 인해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 진행에 있어서는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IRA 전략 차용, 친환경 정책을 경제·안보 정책으로 포장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략을 차용했다고 평가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을 ‘청정 산업 정책(Clean Industrial Deal)’으로, 화석 연료 퇴출을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해양 보호 협약을 ‘블루 이코노미’ 성장 프로그램으로, 기후 적응을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표현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경제와 안보 정책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인준 투표 당일 오전 연설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2022년 가스 수입 제한으로 "푸틴이 우리를 협박한 것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러운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단번에 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후 행동을 경제적 필요성보다는 옳은 일로 규정했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지난 집권 5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이며 현재 유럽의 정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달 유럽 의회 선거 결과 EPP가 186석(약 26%)으로 여전히 제1당의 위치를 지켰지만, 녹색당이 19석을 잃고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등 우경화된 모습을 보였다.

 

취임 첫 100일 안에 청정 산업 정책(Clean Industrial Deal) 제안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취임 첫 100일 안에 새로운 ‘청정 산업 정책’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와 산업,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통해 청정 철강에서 청정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시장을 창출하고 계획, 입찰, 허가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31페이지 분량의 정책 제안서에서 '투자'를 49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유럽은 농업에서 산업, 디지털에서 전략 기술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유럽에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3천억유로(약 450조원)가 유럽의 성장에 투자돼야 한다며 유럽 자본 시장의 통합을 주장했다.

세분화된 자본 시장을 통합하여 유동성을 강화해 민간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스타트업이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이나 아시아를 바라볼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및 식량 비전을 발표할 것…농업 종사자들의 반발 고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농업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동시에 농업의 필수 자원인 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제안서에서는 취임 100일 이내에 농업 부문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농업 및 식량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부들이 공정한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러한 언급은 ‘뿔난 농심’으로 EU 자연복원법이 폐기될 뻔한 위기를 겪은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통과된 최종안은 EU 농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중단할 수 있도록 '비상 브레이크'를 도입하는 등 농업 부문에 대한 많은 요구 사항을 완화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재임 공약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폴리티코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모호한 언어로 승리했다고 비판했고, 유럽 전문 매체 유랙티브는 그의 정책제안서와 연설에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수사 외 구체적인 약속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