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고용
일본 최대 철강업체이자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149억달러(약 19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논란이 되는 와중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제철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을 고문으로 고용했다고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FT, 블룸버그 등이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바 있으며, 최근에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수락된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을 하기도 앴다.
일본제철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 국무장관, CIA 국장이자 미 하원의원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고문은 의회 양쪽에서 존경받고 있으며, 오늘날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지정학적, 안보 이슈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 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그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승세를 타자, 재빨리 전직 국무장관 고용
일본제철이 이러한 거물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은, 두 회사의 합병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치권과 노조를 중심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두 회사의 인수합병 발표는 미국 외 지역에서는 규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워싱턴의 국가 안보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고,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있다고 FT는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이 거래를 “끔찍한 거래”라며 맹비난하며, “당선되면 이를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미 철강회사는 국내 소유와 운영으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인수 반대입장을 밝혔다.
특히 미 철강노동자연합(USW)의 경우 “이번 인수합병은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합병으로 인한 감원과 공장 폐쇄는 없을 것이며, 미국 본사를 휴스턴에서 피츠버그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폼페이오 전 장관의 영입과 함께 일본제철은 트럼프 캠프의 고문을 지낸 스티븐 무어와도 접촉하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 FT에 따르면, 스티븐 무어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제안은 미국 제조업과 경제에 더 광범위한 경제적 승리”라며 “이번 거래는 미국-일본간 ‘우호’를 명백히 한 사례”라고 밝혔다. 양측의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들까지 나서서, 로비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일본제철이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세계 3위로 도약
일본제철은 전기차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미국 철강시장에서 US스틸을 인수함으로써, 세계 3위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 전략을 주당 55달러에 인수하는 계약 체결을 발표했으며, 이는 일본 제철 사상 최대 규모의 M&A 체결로 알려졌다.
일본제철은 일본제철은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으로, 세계철강협회(WSA) 기준 조강 생산량 규모에서 세계 4위(4437만t)를 기록하고 있다. US스틸(1449만t)은 미국 3위, 세계 27위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조강 생산량은 5886만t으로 기존 3위인 안스틸그룹(5565만t)을 제치고 세계 3위에 등극하게 된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연간 조강생산량 1억톤을 달성할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제철은 인도, 동남아시아 등 해외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US스틸은 미 철강왕으로 불리던 앤드루 카네기와 ‘JP모건의 아버지’인 존 피어폰트 모간이 각자 운영하던 철강회사의 합병으로 탄생된 122년 된 기업으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철강회사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으로 인해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미국 2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등도 US스틸 인수를 검토하거나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