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기금, 사모펀드에 노동자 보호 요구…대체투자 증가로 리스크 커져
미국 주요 연기금이 사모펀드에 노동 보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퍼스) 뉴욕주 공동퇴직기금(NYSCRF) 등 주요 연기금이 대체투자를 늘리면서 사모펀드를 향한 노동자 보호 조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 호황에 따라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2023년에는 거의 50만 명의 미국 노동자가 대규모 파업에 참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시위에 직접 동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기금, 대체 투자 증가로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 노동 리스크에 노출
보험 계리 및 컨설팅 회사인 밀리맨(Milliman)에 따르면, 2023년 미국 100대 공적 연금은 자산의 34%를 대체 투자에 할당하는 계획을 세웠다. 연기금이 상장 주식과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의 비율을 낮추고 사모펀드와 부동산 펀드 투자와 같은 대체 투자에 대한 비율을 높임에 따라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노동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 증가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패스트푸드나 사설 경비 등 저임금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NYSCRF는 4월 사모펀드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책임 있는 인력 관리 정책(Responsible Workforce Management Policy And Principles)'을 채택했다. NYSCRF는 사모펀드 매니저가 지분 투자를 한 기업에서 근로자의 ▲권리와 보호 ▲건강과 안전 ▲공정한 보상 ▲기술 개발과 교육 ▲건강과 퇴직 보험을 우선시하는 인력 관리 관행을 개발해야 한다고 정책에 명시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금펀드인 캘퍼스도 4월 사모펀드 운용사에 서한을 보내 소유한 기업이 노동 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캘퍼스의 지속가능투자 책임자 피터 캐션(Peter Cashion)은 아동 노동 금지, 노동법 준수, 건강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등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 연기금이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잠재적인 노동 원칙에 대한 리스크를 인식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의 인건비 절감 경영 전략…파업 리스크 커
기업의 노동 문제는 수익률과 직결된다. 일례로,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소유한 도축장 청소용역업체 ‘패커스 위생 서비스’는 아동노동이 적발됐는데, 고용부가 부과한 150만달러(약 21억원) 벌금 외에도 매출 하락으로 인해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패커스는 13개 육류 포장 공장에서 어린이 102명을 고용해 야간 근무를 시키고, 동물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헤드 스플리터와 같은 위험한 육류 가공 장비를 청소하게 했다. 블룸버그 따르면, 패커스는 이 사건의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여 수익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은 파업 리스크도 큰 편이다.
최근 블랙스톤, 오크트리 캐피털,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등 사모펀드 운영사가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호텔들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호텔 노동자들의 파업은 사모펀드가 주로 사용하는 경영 전략인 인건비 절감과 영업·마케팅 강화에 대한 반발로 해석됐다. FT는 사모펀드의 이러한 경영 방식이 파업과 같은 평판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