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의혹 무마? 카카오 김범수 의장, 재산 절반 기부 선언

2021-02-09     박지영 editor

카카오에 따르면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카톡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기부금액은 최소 5조원 이상, 기부가 실제로 이뤄지면 국내 재벌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5조 원 이상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재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만 해도 1250만주,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카카오 지분의 11.26%를 갖고 있는 김 의장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주식 994만주도 소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자녀에게 카카오를 물려주려는 이른바 “재벌식 승계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전문회사다. 그러나 김 의장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합치면 25%에 달해 사실상 케이큐브홀딩스를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김 의장의 두 자녀는 케이큐브홀딩스에 적을 올려둔 상태다.

게다가 최근 김 의장이 아내와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약 264억 상당)의 카카오 주식을 증여하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친인척에게까지 증여한 주식의 규모는 1452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의 자녀가 케이큐브홀딩스를 물려받으면 카카오 경영권을 쉽게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카카오 계열사로 묶이지만 카카오와 사업적인 관계가 없고 종속회사나 자회사의 개념도 아니다"라며 "(지분 증여 및 케이큐브홀딩스 근무 등은) 카카오 경영승계와 무관하다"며 경영승계 작업에 선을 그었지만 김 의장을 향한 의심의 시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 기부 선언은 이런 의혹 뒤 해명 없이 나와 당혹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는 “질타가 후 바로 나온 발표다 보니 우려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평소 두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온 점, 구체적인 기부계획은 나오지 않은 점 등 본격적인 기부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