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기후변화법 통과…기후 변화 대응 국내법 첫 도입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해 기후변화법을 통과시켰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은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이 중앙 정부부터 지방 정부까지 모든 수준의 정부 기관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정책 결정을 내릴 때 기후에 대해 고려하도록 강제하는 광범위한 기후변화법안(Climate Change Bill)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국가, 산업, 기업에 탄소 예산 설정
기후변화법은 정부가 국가, 산업, 대기업에 탄소 예산을 설정하도록 한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농업, 운송, 산업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정부 부처는 부처별로 배출량 목표가 설정되며, 각 관련 부처 장관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한 법안은 환경부 장관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탄소 예산을 할당하여 일정 기간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후 적응에 대해서는 기후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정부, 지방 정부,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남아공 정부는 기후변화법이 새로운 프로세스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외에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존 정책을 공식화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법은 기후변화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조정하여 남아공의 저탄소 전환이 정책 모순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보장한다.
기후 변화 대응을 국내법에 직접 도입한 첫 사례…기본 구조 마련
남아공 대통령기후위원회의 크리스피안 올버(Crispian Olver)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법이 "기후 완화 및 적응을 위해 사용될 메커니즘을 체계화"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법은 대통령기후위원회의 기능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효과적인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비전 실현과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공정한 전환을 위한 조언 제공이 포함된다.
비영리단체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환경권센터의 브랜든 압디노르(Brandon Abdinor) 변호사는 “기후 변화 대응을 국내법에 직접 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많은 일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법은 그를 위한 기본적인 구조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압디노르 변호사는 배출량 할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환경 단체의 바람과 달리 할당량 제한을 초과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할당량을 초과하여 배출하는 경우 높은 비율의 탄소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임 정부들보다 기후 변화 대응과 재생 에너지에 적극적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된 경제국인 남아공은 8년 전 파리협정의 당사국인 유엔기후변화협약의 190여 개 회원국 중 하나다. 남아공 정부는 기후변화법이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는 남아공이 법안을 통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자금 계획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법안 통과는 라마포사 정부가 전임 정부들보다 기후 변화 대응과 재생 에너지에 적극적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이 법안은 남아공이 석탄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통과됐다. 이달 초 크고시엔초 라목고파(Kgosientso Ramokgopa) 에너지·전기부 장관은 재생 에너지의 공격적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재생 에너지의 "기하급수적인 점유율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5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현재 석탄에 전력 생산을 주로 의존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향후 5년 동안 1조5000억랜드(약 113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