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5조원 규모 청정에너지 공기업 출범…해상 풍력 발전 단지 개발

2024-07-29     유인영 editor
키어 스티머 영국 총리 / 영국 노동당

영국 새 정부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할 새로운 공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GB에너지)’ 설립을 25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고 BBC, 파이낸셜 타임스(FT), 블룸버그 등 외신이 전했다.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GB에너지는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83억파운드(15조원)를 지원받게 되며, 이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세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GB에너지 설립 입법 절차를 위해 25일 ‘GB에너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영국 정부는 GB에너지의 역할을 ▲프로젝트 개발 ▲프로젝트 투자 ▲지역 전력 계획 ▲공급망 구축 ▲GB 원자력이라는 5가지로 설명했다. GB에너지는 청정에너지 기술 및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지방 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과 지역 사회를 위한 저비용 대출을 통해 지역 청정에너지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키어 스티머 영국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청정에너지 공약 중 2030년까지 전력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없애기 위해 2030년까지 육상 풍력 2배, 태양광 3배, 해상 풍력 4배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달 5일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 정부는 육상 풍력 승인 절차를 개선하고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승인하는 등 발 빠르게 기후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파트너십…20~30GW의 신규 해상 풍력 발전 개발

마지막으로 남은 해상 풍력이 GB에너지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발표됐다. GB 에너지는 영국 왕실 소유의 해저(seabed)에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25일 GB 에너지와 왕실 재산 운영재단 '크라운 에스테이트(The Crown Estate)’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영국 본토에서 최대 12해리까지 뻗어 있는 해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낸 수익은 모두 재무부로 넘어가며 왕실은 그중 일부를 교부금으로 받는다. 

GB에너지와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파트너십 구조 / 영국 정부

크라운 에스테이트와의 파트너십은 결국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영국 정부에 풍력 발전소를 개발 및 건설할 수 있는 토지를 임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최대 600억파운드(약 110조원)의 민간 투자 조달과 20~30GW의 신규 해상 풍력 발전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약 2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키어 스티머 영국 총리는 “GB 에너지와 크라운 에스테이트 간의 파트너십은 2030년 청정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달성하고 에너지 요금을 영구히 낮추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국가 주도로 인한 민간 시장 교란 우려

그러나, GB에너지의 계획이 시장에서 국가가 너무 큰 역할을 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해역에는 약 15GW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설치돼 있고, 중국 외 지역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이번 정부의 계획에 대해 GB에너지가 민간 투자를 억제하고 불공정 경쟁 우려를 유발하거나, 해상 풍력 업체에 토지를 임대하고 있는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이미 하고 있는 작업을 단순히 복제할 수 있다는 위험이 지적됐다. 풍력 개발업체인 스코티시 파워(Scottish Power)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가장 효과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민간 투자를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상 풍력 발전 단지에서 육지와 전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의 용량 제약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가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참여가 해상 풍력 발전 단지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병목 현상의 원인은 발전 단지 개발이 아닌 전력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