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후공시 의무화, 기업들 마비에 빠졌다?

2024-07-29     김환이 editor

호주가 강력한 기후 공시 규칙을 마련하면서 기업들이 마비에 빠졌다고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호주는 지난 1월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르면 상장사, 비상장사, 금융기관, 자산운용사 등 6000여개 기업들이 기후 데이터를 보고해야 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는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보다 기후공시로 인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프 1, 2(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만 따져볼 경우, 호주는 6000개 기업이 대상이 되지만, 홍콩은 2606개 기업, 싱가포르는 923개 기업, 뉴질랜드는 200개 기업이 공시 대상이었다. 

호주 정부의 기후공시 의무화 법률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마비에 빠졌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픽사베이

 

호주, 공시 규칙 보고 준비 마무리 단계 

호주는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가 ‘기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이후 기후 공시 법제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2022년부터 1년 남짓 관련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2024년 1월 호주회계기준위원회(AASB)는 기후 공시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호주는 의견 수렴을 거쳐, 원래 2024년 7월 1일부터 2027년 7월 1일까지 3년에 걸쳐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후 공시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제안된 법안에 따르면, 직원 500명을 초과하고, 매출 5억호주달러(약 4359억원) 또는 자산 10억호주달러(약 8718억원) 이상인 회사는 2024년 7월 1일 회계연도부터 기후공시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서 발표된 기후공시가 법적 소송으로 몸살을 앓듯이, 호주 기후공시 또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호주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호주비즈니스협의회(BCA)는 “기후 공시 의무화 법안을 1년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관련 단체의 우려와 반발이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 회계기준위원회는 다음달 새로운 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 규칙은 2027년까지 3그룹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스코프3 범위 배출량에 대한 보고를 수반하기 때문에,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후 영향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포함한 포괄적인 기후 관련 공시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 상장기업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공시 의무화 영향권에 있는 기업 숫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이 때문에, 컨설팅회사 커니(Kearney)의 지속가능성 아태 공동책임자인 케이트 하트는 블룸버그에 “기후 공시 규정 준수에 대한 우려는 일부 호주 기업을 마비시켰다”고 밝혔다. 또 법무법인 앨런스의 질리언 버튼 기후변화 책임자는 “당국은 평균 (규제 준수) 비용을 100만호주달러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은 총 금액이 300만호주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벤치마크 기업 29%만이 기후 재무공시 반영

현재 호주 벤치마크에 해당하는 S&P ASX/200지수의 40% 이상은 세계 최대의 채굴업체를 포함한 온실가스 다배출 섹터로 이뤄져있다. 호주 연금투자자 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벤치마크 기업 회원의 3분의 2가 넷제로 약속을 했지만, 현재 29%만이 재무성과를 평가할 때 기후변화를 어떻게 고려하는지 공시하고 있으며, 탄소 상쇄 크레딧 사용 또한 불투명한 상태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이 올해 시행되면서, 수출과 무역으로 묶여있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이러한 공시 영향권에 직간접적으로 속하면서, 기후 공시가 글로벌의 전반적인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지속가능성 애널리스트 엠마 존스는 블룸버그에 “호주 내의 많은 소규모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기후 공시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기후 관련 규제, 탄소 수입 관세 등도 해외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공시 규칙만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후 영향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법무법인 애셔스트의 리스크 자문 파트너인 엘레나 람브로스는 “기관투자자들은 호주 기후공시 의무화에 포함되지 않은 생물다양성, 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공급망 실사 등의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는 대부분의 전력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1인당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인구 비율만 보면 전 세계 인구의 0.3%를 차지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1%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