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보고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근로자 열 스트레스 급증
지난 25일(현지시간) 국제노동기구(ILO)는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중앙아시아 근로자가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노동기구는 ‘직장에서의 열: 안전과 건강에 대한 의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근로자가 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열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의 살인자로 질병, 열사병,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으로 아프리카, 아랍,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근로자가 과도한 열에 자주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는 각각 92.9%, 83.6%, 74.7%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근무환경이 변한 대륙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그러나 가장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역은 따로 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다.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이 지역의 과도한 열 노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17.3%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 평균 증가율인 8.8%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와 동시에 열 관련 직업병이 크게 급증했다. 아메리카와 유럽, 중앙아시아는 2000년 이래로 열 스트레스로 인한 직업병이 각각 33.3%, 16.4% 증가했다. 이는 온대기후에 익숙한 근로자가 더위에 노출되어서 늘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보고서는 2020년에 전 세계적으로 4200명의 근로자가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10명 중 9명의 근로자가 폭염이 아닌 상황에서도 과도한 더위에 노출되었고, 업무상 부상 10명 중 8명의 폭염이 아닌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폭염뿐만 아니라 더운 시간대에 일하는 작업자의 예방안전보건조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세계가 계속 기온 상승과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1년 내내 근로자들을 열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과도한 열은 전 세계 근로자들에게 일 년 내내 전례 없는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는 폭염 기간 동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ILO 사무총장 길버트 F. 웅보 (Gilbert F. Hungbo)는 말했다.
안전 및 건강 조치를 개선하면 열로 인한 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ILO는 직장에서 과도한 열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및 건강 조치를 개선하면 전 세계적으로 최대 3610억 달러(약 499조원)의 소득 손실과 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열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경제권의 국가 GDP의 약 1.5%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ILO는 신체 핵심 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손상되고, 40.6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장기 손상, 의식 상실,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IPCC의 2014년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기후 변화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자선 재단인 웰컴(Wellcome)의 기후 및 건강 책임자인 앨런 댄거(Alan Dangour) 박사는 "우리 몸이 견딜 수 있는 열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즈에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폭염 위험을 통합하기 위한 직장 법과 규정은 물론, 극심한 더위에 대한 정부 대응을 주도하기 위해 고위급 열 관리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4일, 노동자들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연방 규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규칙은 고용주에게 화씨 80도(섭씨 27도)에 달할 시 근로자에게 식수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식 공간 및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더불어 2시간마다 직원들의 온열 질환 징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구테흐스 총장은 정부가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하며, 여기에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화석 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최소 30% 감축하는 것이 포함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