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스코프 3 배출 문제 해결할 새로운 방안 제시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가 기업이 단순히 스코프 3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 이상으로 '기후 성과를 더욱 잘 평가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30일(현지 시각) 발표된 보고서 ‘기업 가치 사슬과 글로벌 기후 목표의 일치(Aligning Corporate Value Chains to Global Climate Goals)’에서 SBTi는 기업의 원자재 조달과 수익 창출이 글로벌 기후 목표와 일치하는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스코프 3 목표 설정의 어려움…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 등
스코프 3는 고객과 공급망 등 전체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일반적으로 기업 탄소 발자국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스코프 3을 해결하지 않고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스코프 3 배출량은 추적하고 계산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로,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비즈니스와 연결해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코프 3 배출량은 원자재 구매부터 폐기물, 임대 자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 등까지 15가지 범주의 배출원을 총합한 수치다. SBTi는 현재 스코프 3 목표 설정의 어려움으로 ▲배출량 집계의 복잡함 ▲공급망 배출의 동적 특성 미반영 ▲중요 배출원 제외 가능성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 ▲진행 상황 측정의 복잡함 등 5가지를 꼽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급망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업 내 직접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개념적으로 더 어렵다"라고 SBTi의 기술 자문 그룹에 소속된 홀거 호프만-리엠(Holger Hoffmann-Riem)은 말했다. 그는 "(기업의) 주요 과제는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공급업체가 가능한 한 빨리 자사의 직접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배출 기반 방법론 도입, 기후 관련 우선 활동 식별, 영향력 평가
보고서는 기업의 기후 성과를 더욱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소통하기 위해 현재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으로 측정하는 스코프 3 배출량을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지표를 탐구했다. 여기에는 업스트림(조달)과 다운스트림(수익 창출) 활동이 글로벌 기후 목표와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는 결과 기반 지표가 포함된다.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행동과 결과를 입증하는 '비배출 기반' 방법론으로 보완함으로써 기업과 이해관계자는 효과적으로 행동을 취하고 진행 상황을 평가하며 소통할 수 있다. SBTi는 '영향'을 측정하는 배출량 기반 지표와 ‘결과’를 추적하는 비배출량 기반 지표를 모두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카본마켓워치의 글로벌 탄소 시장 정책 책임자인 길레스 뒤프란(Gilles Dufrasne)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차지해야 한다거나 철강 제조업체가 일정량의 친환경 철강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tCO2e라는 매우 거친 지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목표를 산업별 지표로 보완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흥미롭고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코프 3 목표를 설정할 때 중요한 배출원을 제외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기후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법이 검토됐다. 기후 관련 활동의 식별은 ▲배출량 규모 ▲기후 영향이 큰 부문에 대한 노출 ▲미래 예상 배출량이라는 3가지 기준이 제안됐다.
또한, 영향력 평가를 통해 기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분야에 노력을 집중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영향력이 제한적인 배출원의 경우에는 집단행동이나 정책 참여를 통해 대응한다. 다만, SBTi는 주관성을 고려할 때 스코프 3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에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SBTi의 기업 넷제로 표준 개정 과정 연구의 일부
이번 보고서는 SBTi의 기업 넷제로 표준 개정 과정 연구의 일부로 발표됐다.
4월 SBTi가 스코프 3 배출 감축 목적으로 탄소 배출권을 통한 상쇄를 인정하겠다는 발표 이후 논란이 된 탄소배출권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 보고서도 함께 공개됐다. 해당 보고서는 기업의 탄소배출권 사용이 탈탄소화 노력을 지연시키고 기후 금융의 흐름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SBTi의 기술위원회 위원인 도린 스타빈스키(Doreen Stabinsky) 교수는 "스코프 3 배출에 대한 해답은 '너무 어려우니 그냥 탄소배출권을 사용하자'가 아니다”며, “(진정한 해답은) '다양한 가치 사슬에서 탈탄소화의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접근 방식을 선택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발표를 반겼다.
SBTi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알베르토 카릴로 피네다(Alberto Carrillo Pineda)는 “오늘 발표는 스코프 3에 대한 더욱 정교한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