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뉴질랜드 사태…다른 항공사에게 기후 목표 포기할 구실이 되어줄까?
뉴질랜드의 메이저 항공사 에어뉴질랜드(Air New Zealand)가 항공사 최초로 2030년 기후 목표와 SBTi에서도 탈퇴한 것이 다른 항공사에게도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에어 뉴질랜드가 2030년 배출 목표를 포기하기로 한 결정은 많은 항공사가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속가능항공연료(이하 SAF)나 효율성이 더 높은 새 항공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지속가능항공연료(SAF)의 글로벌 공급은 총 연료 요구량의 0.5% 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SAF의 도입은 높은 비용, 제한된 공급 원료, 불균일하고 까다로운 정책 지원으로 인해 차질이 일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소량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다.
동시에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Boeing Co.)과 에어버스(Airbus SE)는 항공기를 빨리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 알래스카 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항공편이 운행 중 덮개가 뜯겨 나간 사고를 비롯해 보잉 기체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규제 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후 보잉은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였다.
에어버스는 생산이 늦어져 주문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2008년에 주문한 A350 항공기 30 대 중 지난해까지 15대만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항공기가 연료를 15-20% 적게 소모할지 몰라도 이를 인도받는데 드는 시간은 수년이 걸리는 것이다.
흔들리는 항공사들의 2050 기후 목표
업계 전문가들은 에어뉴질랜드의 발표가 다른 항공사들에게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및 환경 전환 컨설팅 회사 블루노미(Blunomy)의 지속 가능한 연료 담당인 잭 셰퍼드(Jack Shepherd)는 블룸버그 통신에 “SAF를 충분히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도 에어뉴질랜드의 사례를 따라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항공사가 배출 목표를 폐기하면 연료 공급업체는 SAF 생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항공의 중반기 목표인 탄소 중립도 도달 범위에서 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캐세이퍼시픽 항공(Cathay Pacific Airways Ltd.)은 이번 달 약 50개의 잠재적 공급업체와의 회담을 거쳐 이 작업의 규모가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지속 가능성 총괄 관리자인 그레이스 청(Grace Cheung)은 지난 2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AF 산업이 이륙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실제로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2023년 5월, 카타르 항공의 당시 최고경영자인 아크바르 알 베이커(Akbar Al Baker)는 로이터에 “항공업계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조차 달성 불가능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