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본사 이전
미국 메이저 정유사 셰브론이 140년 동안 본거지를 삼아온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주로 본사를 이전한다.
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BS 등 외신은 셰브론이 연말까지 본사를 캘리포니아주 샌 라몬에서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셰브론은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캘리포니아주 규제 기관, 정치인들과 종종 불화를 빚어 왔다. 작년에 캘리포니아주는 셰브론을 포함한 메이저 석유 회사를 상대로 화석 연료의 위험에 대해 대중을 속였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셰브론은 민주당이 운영하는 캘리포니아의 석유 산업에 대한 정책을 비판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캘리포니아주에 대해 "점점 더 가혹한 규제 환경"이라고 묘사했다. 셰브론의 CEO 마이크 워스(Mike Wirth)는 WSJ에 "캘리포니아주에는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며 투자를 억제하는 여러 정책이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캘리포니아주 경제와 소비자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2023년 미국 최초로 정유사가 일정 마진 이상의 가격을 책정해 폭리를 취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며, 정유업계에 대한 독립적 감사기구를 설립해 기업들에게 월간 마진율 등의 정보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셰브론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샌 라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이전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며, 향후 5년 동안 모든 기업 기능을 휴스턴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법인세 없는 텍사스, 기업 이전 이어져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한 다른 회사로는 테슬라, 휴렛 팩커드(HP), 찰스 슈왑 등이 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학교 당국이 학생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본인의 허락 없이 학부모를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알리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성소수자 학생보호법 통과에 대응, 소셜미디어기업 X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미 2021년에 테슬라 본사를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 이전에 따른 순 일자리 증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이 중 대부분의 일자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유입됐다. 보고서는 2만5000개 이상의 기업과 28만1000개의 일자리가 텍사스로 유입됐고, 약 1만8000개의 기업과 17만9000개의 일자리가 텍사스주를 떠났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벗(Greg Abbott)은 X(트위터)에서 셰브론의 이전 결정을 환영한다며, "환영합니다, 셰브론! 텍사스는 당신의 진정한 집입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고 게시물을 남겼다. 텍사스주는 작은 정부 방식으로 기업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법인세가 8.84%인 캘리포니아주와 달리 텍사스주에는 법인세가 없다.
샌 라몬이 속한 지역구의 민주당 월넛 크릭 의원 마크 드솔니에(Mark DeSaulnier)는 CBS에 셰브론이 샌 라몬을 떠난다는 발표를 보고 "실망스러웠지만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드솔니에는 "캘리포니아주는 기후와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책임 있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수년간 셰브론이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하도록 장려해 왔다"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덜 성공적이었고, 여러 면에서 셰브론은 몇 년 전에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