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올림픽과 히트플레이션, 미래 넷제로 기술, 중국 태양광 치킨게임
안녕하세요. 요즘 한낮에 밖을 나서서 걷기가 무척 겁이 납니다. 열기가 올해처럼 뜨거웠던 기억이 있나 싶습니다.
수년 전에 가족들과 미국 미주리 지역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미 전역을 여행 했는데 극한의 폭염으로 유명한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숨이 막힌다’는 표현을 하는데, 적확하게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호수가 말라서 소금사막이 되었는데, 그곳을 걷는 경험이 정말 특이했습니다. 그런 데스밸리가 지난 7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1개월을 기록했다면서, 평균기온이 42.5도(화씨 108.5도)였다고 하네요. 요즘 서울 거리를 걸을 때면, 이렇게 뜨거울 수가 있나 싶어서, 데스밸리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림픽과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기후변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려왔던 인프라가 당연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열’이라는 새로운 날씨 인프라로 인해, 기업은 얼마만큼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할까요?
FT의 레오 로이스(Leo Lewis) 칼럼을 보면, 이미 기업들은 히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지난 7월말 일본 도쿄에서는 ‘제 10회 히트솔루션(Heat Solution) 엑스포’가 열렸다고 합니다. 아이스맨 프로X(Iceman Pro-X) 셀프쿨링 작업조끼, 바닥 냉각형 사무용 의자, 수분이 공급되는 얼음 슬러리, 실내 미스터 방출기(mist-emitters)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선보였다고 합니다.
아마신 세이코(Yamashin Seikyo)가 내놓은 셀프쿨링 작업복 부스에서 만난 나고야의 한 공장주는 “직원 한 명에게 800달러(약 108만원) 상당의 냉각장비를 제공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시원한 곳에 가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름 더위가 지금보다 더 극심해질 경우, 비싸기만 하고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지금의 에어컨 방식에서 개별적인 의류 기반 솔루션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FT는 “지금까지 폭염이 식량과 물에 미치는 가격 상승압력에 관한 논의는 많았지만, (앞으로) 히트플레이션이라는 이 용어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특히 올림픽이라는 현장은 ‘열’ 이슈가 얼마나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고 있음을 블룸버그의 기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100년 전에 비해 1.8도 온도 상승한 현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석조건물, 파리 옥상의 80%를 뒤덮은 아연(아연은 90도까지 가열돼 주변을 뜨겁게 달군다고 합니다), 나무도 없이 좁은 거리 등으로 인해 열대야가 2100% 늘어났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야외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들은 열사병의 위험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합니다. 비치발리볼, 양궁, 사이클, 육상, 축구, 하키, 테니스, 그리고 마라톤 등이 그렇습니다.
블룸버그는 노르웨이의 철인3종 경기선수 크리스티안 블럼멘펠트(Blummenfelt)의 사례를 기사에 실었습니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2022년 대회에서 그는 10킬로미터를 남기고 열사병 징후를 보이며 급격히 레이스가 느려졌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의 심부 체온은 41도를 기록했고, 진료 20분 내내 온도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파리대회를 앞두고, 특별히 열훈련을 포함시켰습니다. 블레빈스(Blevins) 선수는 실내 열 훈련 놀이기구를 위해 5겹의 옷을 입고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며 열 훈련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운동선수들의 열 온도를 추적하는 300달러짜리 센서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코어(CORE)’는 심박수 모니터와 동일한 센서를 가슴 스트랩에 착용, 열 온도를 체크합니다.
워털루대학의 지리 및 환경경영학과 교수인 다니엘 스콧은 블룸버그에 “한여름의 올림픽이 항상 전통은 아니었다”며 개최시기 조정도 언급했습니다. 1900년 제1회 파리올림픽은 5월에 시작됐고, 1964년 도쿄올림픽은 아시아에서 처음 열렸는데, 도쿄의 습한 여름 기후를 피하기 위해 10월에 열렸다고 합니다. 현재의 일정은 여름 시즌 TV시청률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네요. 파리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서 제발 열사병으로 인한 사고가 없기를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 넷제로 기술의 핵심 3가지
두번째 소식은 블룸버그가 ‘파이어니어 어워드(Pioneers Award)’의 일환으로 스타트업이 기후기술 혁신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영역 3가지를 제시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3가지 기후과제가 넷제로 미래의 핵심이라고 하는군요.
이 3가지는 경공업(Light Industry), 기후 적응(Climate Adaptation),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입니다.
먼저 경공업의 지속가능성 향상 부문이 선정된 이유는 탈탄소화의 초점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과 같은 중공업 부문에 지나치게 포커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펄프 및 종이생산, 식음료 제조, 섬유 등 중저열(low to medium heat)에 의존하는 경공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BNEF에 따르면, 이들 부문은 산업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재생가능 열 콜라보티브(Renewable Thermal Collaborativ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식품가공 산업에서만 연간 9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히트펌프와 같은 기술은 2050년까지 식품 부문의 85%를 전기화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온도 제한이 있고 비쌉니다. 히트펌프의 온도 출력을 개선하거나, 물 사용을 개선하고, 섬유산업의 독성화학물질을 줄이는 등 경공업의 탈탄소화 솔루션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하네요.
에너지 저장장치 또한 매우 유망한 기술분야입니다. 배터리 저장을 위해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리튬이온뿐 아니라, 최근의 신생 스타트업들은 벽돌, 폐유정, 녹(rust) 등 다양한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운송, 특히 장거리 트럭 및 항공을 탈탄소화하는데 필요한 배터리와 그린수소 저장장치 등도 중요합니다. BNEF에 따르면, 스토리지 부문은 지난 한 해 동안 363억달러(약 49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상업용이나 주거용이 아니라 유틸리티 규모의 대형 스토리지 투자가 전체의 60%를 차지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기후 적응’에 대한 기술입니다. 전 세계는 풍력과 태양광 기술, 배터리 제조 등 기후 감축 솔루션에 집중할 뿐, 방조제를 만들거나 시원함을 유지해주는 옷을 만들거나 재난위험이 높은 공동체를 재배치 하는 등의 적응 솔루션에는 별로 돈을 쓰지 않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28건의 기록적인 기후재난이 발생했고, 여기에 쓴 비용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입니다. 유엔글로벌기후기금(GCF)은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로 250개 이상의 적응 및 완화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원 프로젝트의 절반은 적응에 특화돼있다고 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적응 투자가 가속화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둔화되고 있습니다. 최대 3660억달러(약 498조원)의 자금이 부족하다는 내용입니다.
옥스퍼드 스콜센터와 옥스퍼드 기후기술이니셔티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적응에 중점을 둔 초기단계 스타트업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기후테크자금의 7.5%만 지원받았습니다. 파이오니어상을 위한 지원서는 11월 1일까지 접수합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 ‘치킨게임’ 시작됐나?
세번째 소식은 최근 몇 년 동안 미-중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의 과잉생산에 관한 문제가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입니다. 블룸버그가 ‘중국 태양광 회사 파산에 직면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공급과잉이 심해지고,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입은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구조조정과 파산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저장 아컴 신에너지기술 유한회사(Zhejiang Akcome New Energy Technology)의 한 자회사는 최근 파산 보호를 선언했습니다. 이 회사는 2006년에 설립된 회사로, 태양전지, 모듈 등 태양광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아컴은 2019년부터 매년 순손실을 보고해왔으며, 지난달 파산으로 내몰린 자회사(저장 아컴 포토일렉트리시티 테크놀로지)를 포함 4개 자회사에서 태양광 모듈 및 셀 생산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자회사의 지난 4월말 기준 자산은 25억1300만위안(약 4800억원), 부채는 15억6200만위안(약 2900억원)이라고 합니다. 선전증권거래소는 아컴 주식이 20일 연속 1위안(0.14달러) 이하로 거래되지 지난달 상장폐지시켰습니다.
또다른 소규모 제조업체 간수 골든솔라(Gansu Golden Solar)도 이달초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주 온라인 성명을 통해 “저급하고 구식인 생산능력을 지닌 기업의 퇴출을 허용하는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악질적인 경쟁을 막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시그널입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 공급의 과잉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치열한 치킨게임이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롱기 그린에너지 테크놀리지(Longi)와 같은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생산 중단, 해고 등을 실시함으로써 수십억 위안의 손실을 견뎌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재무적 손실을 해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주의 태양광 업계의 한 단체는 중국 정부에 “파산을 앞둔 기업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지 말고, 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등 빠른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상원의원들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IRA 보조금을 제한하는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셰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7월말 중국 및 기타 외국 국적 관련 기업들이 미국 내 에너지 제조업을 강화하는 데 들어가는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를 포함한 ‘우려할만한 외국기업’에 의해 제조되거나 조립된 기업이 IRA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 것을 금지합니다.
현재 미 전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및 태양광 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습니다. 이 법안이 상원 원내 표결까지 갈 지는 미지수이지만, 9월 하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브라운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태양광 제조업을 속이고 훼손하는 중국기업에 미국의 세금이 지급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시간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고션 하이테크(Gotion High-tech) 자회사, 시카고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인베너지(Invenergy)와 중국 롱기 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LONGI)의 합작법인인 오하이오 태양광 공장 등이 대표적인 타깃입니다. 브라운 의원이 속한 오하이오주는 스윙스테이트로,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과 비슷한 입장을 취합니다. 특히 오하이오 주는 미국 태양광 대표기업인 퍼스트 솔라 제조시설의 본거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도 2010년 무렵 방문했던, 당시 세계 최대의 태양광기업이었던 선텍의 스정룽 회장과 그 거대한 태양광 건물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저는 환경으로 산업이 되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찾아서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어렵게 섭외해서, 당시 세계 최대 태양광기업이었던 선텍의 스정룽 회장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중국기업들의 자료가 너무 부족하고, 인터뷰 분량만으로 책을 쓰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포기했지요. 그랬던 그 세계 최대 태양광기업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2013년 파산했습니다. 그때의 놀라움이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 중국은 제2의 그린 버블이 무너지고, 시장 생태계가 정리되는 것일까요? 중국 중심의 그린테크 산업 표준이 너무 빨리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서방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보면서, 전 세계가 중국의 산업생태계에 대한 학습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치킨게임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네요.
독자 여러분. 그럼 이번 한주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