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ESG적 생각】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4-08-12     임팩트온(Impact ON)

지난해 말 현대해상은 업계 최초로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신설했다. CSO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문급 임원 기구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임팩트 전문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를 이끌었던 정경선 씨가 현대해상 CSO 직을 맡게 됐다.

 

지속가능, 전략, 안전… S의 의미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아니고, CTO(최고기술책임자)도 아니고, CMO(최고마케팅책임자)도 아니고, CSO는 아직 낯설게 들릴 수 있다. 더군다나 CSO는 때때로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 최고안전책임자(Chief Safety Officer)로 불리기도 한다. CSO 자체도 아직 생경한데, S의 의미를 두고도 무려 ‘전략’, ‘안전’과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 ESG라는 개념과 용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긴 하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중요성은 그 무게감을 잃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정면으로 내세운 직책인 CSO를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는 CSO가 존재감을 서서히 키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그 위상 정립이 단단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속가능경영의 파고 속에서 CSO의 필요성이 언제든 대두할 수 있기에, 회사의 전체적인 조직과 직책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HR이나 기획 담당자들은 CSO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도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CSO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

이 글에서는 CSO라는 직책과 역할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며, 우리 조직에는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가져보는 데 방점을 찍고자 한다. 조직과 직책의 역사가 일천한 만큼, CSO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해서는 꽤 넓은 스펙트럼의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 CSO가 기업의 핵심적인 경영전략에 지속가능성을 통합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전사적인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천명하고, 이를 기획, 재무, 인사, 법무, 홍보, 영업, 마케팅, IT 등에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CSO는 다른 C레벨 리더들과 협의해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중장기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조금 다른 결의 시선도 있다. CMO(Chief marketing Office)가 마케팅 업무에 집중하고,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가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집중하듯이 CSO는 지속가능성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속가능성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며, 이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역할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지속가능경영은 특정 임원이 전유하는 업무가 아니라 전사적인 어젠다이므로 CSO의 역할을 각 부서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중시하도록 돕는 조력자로 보는 관점도 있다. 물론 이때 조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전사적 어젠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지 모호한 지점이 많다.

이미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인사, 마케팅, 재무 등 역사가 오래된 기존 부서에서 다루고 있다는 입장도 있다. 인사 관점에서, 마케팅 관점에서, 재무 관점에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데, 구태여 CSO가 필요한가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반면 인사, 마케팅, 재무 영역에서 인정되는 전문성이 각기 다르듯, 지속가능경영을 지휘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 또한 독립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리포트에서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이 당면한 ESG 경영 이슈를 최고 경영진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이다. 

CSO의 도입을 두고도 다층적인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핵심적인 역할로 명시한 직책을 둠으로써 회사의 ESG 내재화를 강력하게 추동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실질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은 채 CSO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통해 마치 이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에 사력을 다하는 듯한 착시를 줄 수 있다고 경계하는 이도 있다. CSO 직책이 신설되면서 기존의 다른 임원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해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을 CSO에 다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CSO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운영 전략

CSO가 생긴다는 것은 특정 임원 1인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원을 보좌하는 CSO 산하의 여러 직원이 업무를 맡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서가 신설되기도 하고, 다른 부문에 있던 부서가 CSO 산하로 편제가 바뀌기도 할 것이다.

CSO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을 위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CSO 도입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CSO의 필요성과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역할의 모호함은 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 전략이 부재해서 기인한 현상일 수 있다. 거시적인 전략을 재점검하고 CSO 조직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구를 도입할 때는 당연히 섬세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CSO의 역할과 직속 부서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부서에 실질적인 권한과 자원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사내에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비재무적 성과의 측정 방법을 고도화하며, ESG 관련 데이터의 정확한 수집·분석·보고체계 구축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속가능경영 관련해 부서 간 유기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선 성과 평가 시스템에도 이런 점을 반영해야 한다. (ESG 담당자들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이 ‘취합’이다.) 조직문화도 지속가능성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후변화, 사회적 불평등, 자원 고갈, 에너지 위기, 물가 불안정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필자는 CSO의 도입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이 탄력을 받는 것 외에도 회사의 리스크 관리, 투자자 신뢰도 제고, 각종 대외 평가지표 개선 등 중장기적인 가치 창출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CSO는 이제 시작 단계다. 지속가능경영을 향한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성 엔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 김민석 팀장은

김민석 팀장(listen-listen@nate.com)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재직 중이다. 전략기획부문 브랜드전략팀 팀장과 ESG LAB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행정학·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필명으로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산업통상자원부 2030자문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외부 전문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