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돈으로 바꾼다? 지속가능한 소비 도와주는 앱

2024-08-13     이재영 editor

스마트폰 앱(App)이 지속가능한 소비와 탄소배출량 추적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위치 및 교통수단, 소비 데이터, 라이프스타일 등의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주는 스마트폰 앱들을 소개했다.

 

기후행동과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탄소 추적 앱 인기

디지털 환경의 모바일 전환이 가속화되고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작동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앱에 소비 패턴 분석을 위한 카드 결제 정보를 연동시키면 구매한 물건별로 배출량을 계산해준다. 주거지 위치와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입력하면 이동수단에 따른 배출량 측정도 가능하다. 걸어서 이동하면 배출량에 집계되지 않는 식이다. 

2019년 탄소추적 앱 커먼스(Commons)을 출시한 산찰리 팔(Sanchali Pal) 창립자는 탄소추적 앱은 사용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선택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유의미한 기후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커먼스 이용자가 수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연평균 탄소 감축율은 19%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팔 창립자는 “만일 전체 미국인이 배출량을 19% 줄일 수 있다면, 미국 내 자동차의 80%를 도로에서 퇴출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추적 앱 커먼스 / 커먼스 웹사이트

커먼즈의 성공은 친환경 행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있다. 커먼즈는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 사용자들이 지속가능한 소비를 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하고 일정 기준을 달성하면 바우처 형태의 경제적 리워드를 제공한다. 원할 경우 기후 대응 프로젝트에 기부도 가능하다.    

배출량 범위를 보다 세분화한 앱들도 있다. 예를 들어 트래키(Tracky)는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을 이용해 여행 관련 탄소 배출량을 집중 추적하며, 핀테크 앱 클라나(Klarna)는 자사가 제공하는 쇼핑 플랫폼 서비스에 탄소 배출 추적 기능을 연결해 소비 활동에 따른 배출량 분석,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 추천 등 지속가능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카본 게임(Carbon Games)은 사용자들에게 친환경 챌린지 과제를 제공하고 현재 경쟁자들의 순위까지 알려줌으로써 보다 즐거운 기후 행동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팔 창립자는 “탄소 배출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가격이 비싸면 자연스럽게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것처럼, 배출량이 높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는 신중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정확한 배출량 측정에는 한계... 목표는 소비자 인식 변화  

쉬운 일은 아니다. 탄소배출량 집계는 복잡한 계산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행 배출량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쉽다. 이동거리, 교통수단 등 계산해야 하는 데이터 변수들이 비교적 명쾌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한 대를 제조하기 위한 탄소배출량 집계는 어려운 일이다. 스마트폰의 공급망은 아주 다양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모두 추적해 정확히 집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커먼즈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소비 데이터를 공식력 있는 외부기관의 배출량 정보에 대입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단 사용자로부터 위치, 교통수단, 라이프스타일, 카드 정보 등을 입력 받은 후 구매한 개별 물건이나 서비스를 미국에너지정보국(EIA), 미국환경보호국(EPA),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옥스퍼드 대학교(Oxford University) 등 외부 기관이 제공하는 배출량 기준에 매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출량이 0.1㎏으로 산정된 1달러짜리 제품을 사용자가 10달러어치 구매했다면, 해당 구매에 대한 총 배출량은 1㎏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현재 이 앱은 미국 및 캐나다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나는 인공지능(AI) 기반 탄소관리업체 바유(Vaayu)와 손을 잡고, 소비자가 클라나에서 구매한 제품이 생산되고 배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배출량을 추적해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소비 패턴 중 어떤 부분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팔 창업자는 탄소 추적의 기술적,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탄소배출량 측정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