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아보카도, 여전히 멕시코 불법 벌채 토지에서 생산

2024-08-13     유인영 editor
아보카도 생산을 위해 불법 벌채된 토지 / CRI

미국의 아보카도 판매업체들이 기후 공약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불법 벌채 토지에서 생산된 아보카도의 공급을 이어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 시각) 미국 기후단체 CRI(Climate Rights International)는 멕시코의 NGO GF(Guardián Forestal)와 함께 수행한 연구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불법 벌채 전후의 구글 어스(Google Earth) 이미지를 함께 공개했다.

주요 미국 아보카도 수입업체인 칼라보 그로어스(Calavo Growers), 델 몬트(Fresh Del Monte Produce), 미션 프로듀스(Mission Produce), 웨스트 아보카도(West Pak Avocado)는 공급망 내에서 삼림 벌채에 대한 통보를 받은 후에도 2023년과 2024년에 불법적으로 삼림 벌채된 멕시코 과수원에서 계속해서 공급했다. 

이 4개 회사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아보카도를 미국 전역의 주요 슈퍼마켓 체인에 공급했다. 코스트코, 크로거, 타겟, 트레이더 조, 월마트, 홀푸드, 알버슨는 모두 2023년에 이 4개 회사 중 하나 이상에서 아보카도를 공급받았다.              

천연림을 아보카도 농장으로 전환하면 온실가스가 방출되고, 탄소 저장량이 감소하며, 생물 다양성이 훼손된다. 또한, 아보카도 과수원에서 과도하게, 종종 무단으로 사용되는 물은 지하수 감소를 초래하며 지역 사회의 물 부족 문제를 악화시킨다. CRI와 GF는 "불법적으로 삼림 벌채된 땅의 과수원에서 구매를 즉시 중단하고 공급 관행이 멕시코 삼림 파괴를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전역의 주요 슈퍼마켓 체인에 공급…코스트코, 타겟, 트레이더 조, 월마트, 홀푸드 등

 CRI와 GF는 최근 멕시코 정부로부터 2023년과 2024년 상반기 아보카도 운송 기록을 입수했다. 두 기관은 삼림 벌채지가 있는 멕시코 미초아칸(Michoacán)의 과수원에서 아보카도를 공급받는 4개 회사의 회사당 15개, 총 60의 사례를 파악했다.

CRI가 2023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 ‘부정한 과카몰레: 멕시코의 미국 및 기타 주요 시장으로의 아보카도 수출 뒤에 숨겨진 삼림 벌채, 수자원 채취, 폭력’은 미국-멕시코 아보카도 무역이 멕시코 미초아칸주와 할리스코주에서 광범위한 불법 삼림 벌채와 물 부족을 조장하는 방식을 기록했다.

또 보고서에는 숲과 물 공급을 보호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폭력과 위협에 부딪히는 방식도 기록돼있다. 보고서는 "멕시코의 투명성 법을 통해 얻은 운송 기록을 사용하여 4대 미국 수입업체와 다른 회사가 2022년 불법적으로 삼림 벌채된 땅이 있는 과수원에서 아보카도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 미초아칸주와 할리스코주에서 일어난 아보카도 생산을 위한 삼림 벌채는 사실상 모두 불법이었다. 게다가 많은 경우 의도적으로 산불을 일으켜 토지를 개간했는데, 이 또한 불법이다. 지난 10년 동안 멕시코 두 주에서 아보카도로 인한 삼림 벌채의 총량은 4만에이커(1만6000헥타르)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7만에이커(2만8000헥타르)가 넘을 수도 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두 주의 수십만에이커의 삼림은 여전히 아보카도 수출로 인해 삼림 벌채 위험에 처해 있다.

 

작년 11월 고발 이후에도 지속…"지속가능한 조달 약속은 그린워싱일 뿐"

CRI의 수석 정책 고문인 대니얼 윌킨슨(Daniel Wilkinson)은 "아보카도 수입업체들은 불법으로 개간된 땅이 있는 과수원에서 구매함으로써 삼림 벌채를 촉진하고, 이를 막으려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협박과 폭력 행위에 효과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대해 통보를 받은 후에도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멕시코 아보카도에 관한 한 지속 가능한 조달에 대한 공약이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60개 사례 중 절반 이상은 CRI이 공급망 내 삼림 벌채에 대한 문서와 아보카도로 인한 삼림 벌채가 지역 주민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증거를 아보카도 수입업체에 제공한 후에 발생했다. CRI는 2023년 11월 초에 4개 회사에 서신을 보내 2022년에 불법적으로 삼림 벌채된 땅이 있는 과수원에서 아보카도를 공급받았다는 증거가 포함한 보고서의 주요 결과를 제시했다.

미국의 아보카도 수입업체 4곳은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로부터 아보카도를 공급받은 대형 슈퍼마켓들도 공급업체가 특정 환경 및 인권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운영 국가의 환경법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행동 강령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2월, 콜로라도 출신의 전 미국 상원의원이자 오바마 행정부 내무장관을 지낸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 켄 살라자르(Ken Salazar)는 멕시코 아보카도 생산의 중심지인 미초아칸에서 알프레도 라미레스 베 돌라 주지사(Alfredo Ramírez Bedolla)와 기자 회견을 열고 불법 벌채된 땅에서 아보카도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밝혔다. 살라자르 대사는 "미국 시장에 불법 아보카도를 판매할 기회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