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ESG 평가에 영향?

2021-02-16     박지영 editor

지난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6580억원)를 사들이면서 한동안 주춤하던 비트코인이 상승세에 올랐다. 이같은 흐름에 애플까지 가세할 전망이 나오면서 비트코인가격은 14일 4만8486달러(약 5354만3100원)에 거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상승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초대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명하면서 30% 가량 급락했다. 옐런 장관은 줄곧 가상 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효과는 엄청났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음성 소셜미디어 앱인 클럽하우스 토론방에 등장해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라며 “최소한 8년 전에 샀어야 했다”며 자신이 비트코인에 투자했음을 밝혔다. 테슬라는 또한 자사의 전기자동차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제수단을 제공할 방침이다.

테슬라의 투자는 비트코인에게는 호재였지만 ESG 투자자에게는 악재로 다가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탄소 감축이 세계적인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는 흐름상 전기차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테슬라는 지금까지 ESG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배구조와 사회 측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어 ESG 투자자를 오랫동안 고민하게 해왔다.

FT에 따르면, 이번 비트코인 투자로 그나마 확실했던 ‘환경에 강한 기업’이라는 칭호도 잃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UBS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는 환경에 큰 악영향을 주지만,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특별히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과연 암호화폐를 사들인 기업에 투자해도 괜찮느냐”며 의문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다량의 전력이 소비되기 때문에 환경에 피해를 입힌다고 알려져 왔다. 이미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스리랑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결과도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 파리협정 실현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MS, 구글 등 IT업체의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지적하는 이유도 소비하는 전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와 ESG를 엮는 관점에 투자자들의 입장은 갈린다. S&P글로벌은 테슬라의 가상화폐 구매가 “ESG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가상화폐가 아직 경제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주요 ESG 점수 산출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주류 분야기 때문에 오히려 ESG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스테이널리틱스는 “비트코인은 사회(S) 측면에서 해킹 우려·사이버 보안 취약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매 방법으로 비트코인을 허락한 테슬라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테슬라를 평가하기 위해 ESG 분석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